대리석으로 지은 카두리 저택

[2009-07-14, 16:01:28] 상하이저널
옌안시루(延安西路) 64호에 자리잡고 있는 상하이소년궁 건물은 외관부터 예사롭지 않다.

무려 1만5천㎡의 부지면적에 들어선 웅장하고 호화로운 유럽식 건물은 여느 황궁 못지않은 위용을 뽐낸다. 이곳은 상하이의 유명 양옥 중 하나로 ‘카두리 저택(嘉道理住宅)’ 혹은 ‘대리석궁’으로도 불린다.


술김에 그려진 어마어마한 설계도

이 건물은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결코 평범하지 않다.

카두리저택의 옛 주인은 영국계 유태인인 엘리스 카두리. 19세기말 상하이에 온 카두리는 5백 홍콩달러를 밑천으로 건축, 부동산, 금융 등 업종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엄청난 부를 모으게 된다.

그 당시 상하이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엘리아스 빅토르 사슨과 부동산 재벌 사일러스 아론 하르둔과 함께 3대 부자로 군림해 있던 인물이다.

카두리저택의 탄생은 카두리 일가에 뜻밖의 불행이 닥치면서 시작된다.

1919년 예기치 못한 화재로 카두리의 주택은 타버리고 그의 아내도 생명을 잃는다. 슬픔에 빠진 카두리는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두 아들을 데리고 런던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카두리는 건축 설계사이자 친구이기도 한 브라운에게 주택재건을 부탁하고 상하이를 떠나게 된다.

술을 즐긴 브라운은 평소에도 거의 술에 취해 살다시피 했다. 이런 브라운은 술김에 카두리주택의 건축설계를 하게 되고 그 규모가 그만 도를 넘고 말았다. 게다가 그는 모든 일들을 건축사에 맡겨버린 채 흥청망청 술독에 빠져서 세월을 보낸다.

이런 상황에서 얼씨구나 싶은 건 건축사였다. 이들은 이탈리아로부터 대리석을 구입하고 온갖 고급자재들을 써가며 궁전이 무색하리만큼 호화로운 주택을 구축했다.

이렇게 대리석궁을 완공하는데 장장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1924년에 드디어 주택이 완공되고 카두리가 상하이로 돌아와 본 것은 ‘궁전같은 호화로운 건축물’과 술을 마시고 병원에 누워있는 브라운이었다.

카두리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은 100만냥이라는 어마어마한 건축비였다. 당시로서는 14만명이 1년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 5천만근(斤)을 구입할 수 있는 거액이었다.

그러나, 카두리는 곧 눈앞에 펼쳐진 웅장하고 화려한 저택에 매료되고 만다.

 카두리저택은 넓은 잔디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그 가운데에 반듯하게 지어진 주택의 면적이 3300㎡나 된다.

1층은 대리석으로 바닥을 깐 큰 댄스홀과 주방으로, 손님 접대를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었다. 댄스홀에서는 800명이 춤을 출 수 있고 식당에서는 100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규모이다.

2층에는 침실과 욕실, 화장실로 구성되었는데 방마다 인테리어나 색조 등이 서로 다른 분위기를 나타내며 욕실과 화장실이 6개나 된다.

화원은 나무가 울창하고 녹음이 우거졌으며 남쪽에는 마구간, 노루 사양장, 테니스장, 화초를 재배하는 온실 등이 있다.

카두리저택은 건물 내외 벽면, 바닥, 기둥이 대리석으로 돼있을 뿐 아니라 계단과 난간 등도 대부분 대리석을 사용했기 때문에 ‘대리석궁’으로도 불린다.


카두리일가 일화

1941년 태평양전쟁이 터지면서, 카두리일가는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카두리저택과 모든 재산을 일본군에게 강탈당하고 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그 후 카두리가 중병에 걸려 수용소에서 석방되지만 하인들이 살던 작은 방에 연금된다.

이때 카두리 일가의 인품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어느날 밤, 상하이주재 프랑스법원 수석법관이었던 카우프만이 7kg 되는 금덩이를 가지고 카두리 일가의 방문을 두드린다. 어딘가에 금을 숨겨달라는 부탁을 하러 찾아왔던 것이다.

당시 모든 재산을 뺏기고 빈털터리에다 연금까지 당한 포로 신세였지만 이들은 어두운 밤을 타서 살며시 빠져 나와 화원의 큰 나무 밑에 금을 묻는다. 9개월 후 전쟁이 끝나자 이들은 금을 다시 파내어 카우프만에게 고스란히 돌려준다.

카두리 일가는 ‘황금은 흑사심’이라는 말을 무색케 한 고상한 인품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중국해방 후 카두리일가는 상하이의 사업을 접고 홍콩으로 갔고 1953년부터 이곳은 소년궁으로 사용되었다.

▷박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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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견 수 3

  • Jang Einstein 2009.07.15, 09:57:10
    아깝다 ... 저집............ 소년궁은 또 뭐지 .. 아무튼 공산당이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 같은데 ....
  • 생쥐 2009.07.15, 11:18:29
    말 그대로 어린이활동실이죠. 어린이들을 위한...
  • andr 2009.07.15, 15:56:55
    이런사연이;; 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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