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붉은 색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특히 새해에는 절정에 달해 여기도 빨강, 저기도 빨강, 온통 붉은 색 물결로 출렁인다. 집착하리만큼 붉은 색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전통상 붉은 색 소품은 그렇다치고, 간혹 속옷 매장에서 촌스러울 정도로 ‘튀는’ 빨간 색 팬티, 속옷, 양말 등이 보란듯이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일 “누가 이런 것을 입는다고… "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런 것들은 그 해와 같은 띠의 사람들이 반드시, 적어도 한벌쯤은 갖춰야 하는 필수품이나 다름 없다. 즉 중국에서 말하는 뻔밍니엔(本命年, 출생한 해의 띠)에는 반드시 빨간 색 팬티, 속옷, 벨트, 양말 등을 착용하고 액세서리나 소품을 몸에 지니는 것으로 액운을 물리치고 평안한 한해를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중국인에게 붉은 색은 “태양의 색, 불의 색”으로 곧 상서로운 색이고, 기쁨을 뜻하는 색이며, 오랜 옛날부터 액운을 물리치고 불길한 재난에서 멀어지게 하는 보호색으로 여겨져 왔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뻔밍니엔은 불길한 일이 생기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 민간에서는 ‘문턱을 넘는 해’라는 뜻으로 ‘카얼니엔(槛儿年)’이라 부르기도 했다. 뻔밍니엔 한 해의 문턱을 무사무탈하게 넘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해만큼은 가급적 몸을 사리고 무난하게 보내려 한다. 따라서 뻔밍니엔 사람들에게 붉은 색은 불안감을 떨쳐주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가져다 주는 역할을 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또 한가지, 붉은 색 속옷은 뻔밍니엔인 사람이 직접 사서 입는 것이 아니다.
속옷이든, 벨트든, 양말이든… 누군가가 선물해 준 것을 착용을 해야만 비로소 효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아야 한다. 대부분 부모가 자녀에게, 자녀가 부모에게, 부부 서로가 상대방에게 선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뻔밍니엔에 많이 하는 소품은 붉은 색 끈을 꼬아만든 목걸이나 팔목걸이 등이 있다. 한번 걸면 1년내내 벗지 않는 것 또한 풍습이다. 신발에는 빨간색 깔창을 깔기도 하는데 이는 ‘비열한 소인배를 밟는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올해는 경인년 즉 호랑이 해이다. 호랑이 띠인 사람들은 올해가 바로 뻔밍니엔이다. 혹 가족 중에, 주변에 호랑이 띠가 있다면 올 한해 순조로움과 평안을 뜻하는 붉은 색 속옷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박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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