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증후군 앓는 상하이 교민들

[2010-08-15, 23:00:42] 상하이저널
밀려드는 친인척⋅지인 접대에 죽을 맛

 
지난 5월에 개막한 세계인의 축제 상하이 엑스포는 볼거리, 먹을 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 세계에서 엑스포 관람을 위해 상하이를 찾고 있다. 40°C에 육박하는 상하이의 찜통더위에도 엑스포 관람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상하이 엑스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반갑지만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엑스포 관람을 위해 상하이를 찾는 친인척과 지인들의 뒤치닥거리에 지친 교민들이다. 엑스포 개막 초기에는 엑스포가 열리는 상하이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는데, 느닷없이 상하이를 찾아 접대를 원하는 사람들 때문에 지금은 피곤한 부분도 많아졌다는 교민들까지 생겼다.

 “이번 달에만 세팀이 엑스포 관람한다고 상하이를 다녀갔다. 친척 어른들은 일일이 모시고 다녀야 해서, 더욱 힘들었다”는 교민 K씨는 “더운 날씨에 주말도 쉬지도 못하고 시간을 빼앗겨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국과 상하이가 가깝다보니 주말을 이용해 엑스포를 관람하려는 사람들로 교민들의 일상은 더욱 바빠졌다. “우리 생활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그냥 전화만 하면 안내를 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씁쓸하기까지 하다”는 교민도 있다.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상하이에 가게 됐다며 숙소예약과 관광안내를 해 달라는 사람이나 상하이에 머무르는 2박 3일 내내 식사비 한번 안내던 사람이 정작 한국으로 돌아가서는 “대접이 소홀했다. 섭섭하다”고 말을 하고 다닌다는 것을 들었다는 사람도 생겼다.

 여름이 덥다는 소식에 추석이나 국경절 연휴에 오겠다는 사람이 많다. 최근 왕래도 거의 없었던 선배가 갑자기 여름 휴가를 상하이에서 보내겠다는 연락을 해 왔다는 교민 P씨는 “상하이의 무더운 날씨 이야기를 듣고는 날씨가 선선해지는 추석 연휴에 오겠다는 말을 했다. 게다가 당연히 우리 집에 머무를 생각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추석연휴에 부인의 한국 귀국으로 인해 힘들 것 같다”는 P씨의 말은 “오히려 더 편안하게 지내게 되어 좋다”며 박수를 치는 선배의 말에 파묻혔다. P씨는 기분 상하지 않고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엑스포를 보기 위해 상하이로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교민도 있다.교민 J씨는 상하이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그간의 친밀도와 혈연관계 등을 고려해 3단계로 등급을 정해 접대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등급에 따라 식사 대접 횟수, 관광 정보제공이냐 안내까지인가, 숙소제공 등에 차별화를 주고 있다. 야박해 보이는 것을 알지만 생존전략상 어쩔 수 없다는 것.

교민들 사이에 최고의 손님은 “엑스포 관광을 위한 정보를 제공 받고 스케줄 짜서, 스스로 관광하는 사람들”이라고 전한 교민 L씨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가능하면 교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엑스포 관람을 위해 상하이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민폐 방문객도 많아 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세계인의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엑스포가 상하이교민에게는 접대의 장까지 되고 있다.

▷나영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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