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와 떠나는 상하이 건축탐방] ① 사랑의 신을 사로잡은 프시케가 사는 화원 (愛神花園)

[2010-09-18, 00:32:18] 상하이저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모의 프시케 공주, 그녀의 아름다움은 비너스에게까지도 질투를 받아 비너스의 아들인 에로스와 부부가 되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프시케 공주를 만화에 나오는 그림으로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사랑의 신 화원’이라 불리는 곳을 찾아 그녀의 조각상을 직접 보는 것은 어떨까?

쥐루루(巨鹿路)675号에 위치한 ‘사랑의 신 화원’. 이 이름은 바로 정원의 중앙에 있는 소녀상인 프시케의 조각상 때문이다. 이 건물의 설계자인 두다커가 이탈리아에서 사람을 불러 특별히 조각하여 이 건물을 사택으로 썼던 중국의 근대 사업가 刘吉生에게 준 선물이며 상하이 및 중국에 있는 유일한 프시케의 조각상이다.

그러나 愛神花園은 주소가 없다면 도저히 찾아갈 수 없는 곳이다. 왜냐하면 출입문이나 건물 어디에도 愛神花園이란 간판이나 이름이 없으며 주변 사람들도 화원의 이름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잊고 있었고 이름에도 관심이 없었으며 1950년부터 단지 문화기관의 소재지일 뿐이었다.

 
출입문 오른쪽 기둥에는 ‘상하이시작가협회’라는 나무 간판이 걸려 있고 왼쪽 담벼락에는 잡지사 같은 6개의 문학 출판사 간판이 붙여져 있었다. 이곳은 개인 소유가 아닌 국가 소유이며 상하이작가협회가 임대료를 내며 빌려 쓰고 있다.

 
운치있는 아치형의 돌로 된 입구를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정원 한가운데 있는 소녀의 누드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문화대혁명 시절에 작가협회의 젊은이들이 꽃과 풀숲이 우거진 곳에 이 조각상을 감추어 파괴되는 것을 막았다 한다. 문화혁명이 끝난 후 몇몇 젊은이가 완벽하게 감추어진 이 조각상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분수지의 1미터 높이 중앙 받침대에 올려놓게 되었는데 높이 2미터, 무게 1톤의 조각상을 올리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그날 소녀의 새끼손가락이 떨어지는 유감스런 일이 생겼다고 한다.

현재 이 건물은 모두 5개 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끔 출판물인 듯한 책을 운반하는 오토바이가 오갈 뿐 조용한 정원의 모습 그대로이다. 외부인의 출입에 대해 그다지 경계를 하지 않으며 카메라를 들고 이곳 저곳 사진을 찍자 실내 촬영은 금지한다고 관리인이 말한다.

 
프시케 조각상이 올려져 있는 연못의 분수대는 물을 뿜어내는 것을 멈추고 단지 옥색 물을 담고만 있으며 잔디와 조각상을 지키는 듯한 주변의 개구리 조각상과 곳곳에 돌로 만든 벤치와 잘 정돈된 나무, 특히 건물 전체를 뒤덮고 있는 담쟁이넝쿨은 그 멋을 더해준다.

문화대혁명 이후 가끔 주인의 후손들이 귀국하여 자기들의 할아버지 또는 증조부의 사택이었던 이 건물을 보러 온다고 한다. 그들은 잡지의 편집자들에게 방해를 주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속삭일 것이다. ‘이 방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쓰던 방이고, 저쪽 북향은 하인방이고...’

서양의 전설이 상하이의 한복판에 옮겨진 듯한 이곳, 마음을 쉬고 싶을 때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하면 좋을 곳이다.

▶쥐루루(巨鹿路)675号

▷고등부 학생기자 구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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