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리준(方力钧)은 유민준(岳敏君),쟝샤오강(张晓刚), 장따치엔(张大千)과 함께 중국 현대미술의 4대 천왕 중 한 명이다. 또한 광주비엔날레 및 두 차례에 걸친 베니스 비엔날레 등 각종 주요 국제전시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1963년 12월 4일,후베이(湖北) 한단시(邯郸市)에서 출생했다. 1983년, 팡리준은 중앙 미술학원 판화과에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작품활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 화가 밤현정(栗宪庭)을 알게 된다. 그 후 중국 미술계의 유일한 국가관리 잡지로써 밤현정이 창간한 <미술(美术)>에서 일을 하게 된다. 당시 미술학교를 졸업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직장을 구하거나 계속 그림을 그리면서 틈틈히 미술전시회에 출품작을 내곤 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미술 출판사나 평화출판사에서 일을 하면서 간간히 그림을 그려 따리엔에서 그림을 팔거나 부대에서 포스터 그리는 일을 가르치며 생활을 했다. 이후 팡리준은 1989년 밤현정의 도움으로 중국 미술관의 현대예술 전시회에 참가할 기회를 얻어 자신의 작품 3점을 출품했다. 그의 작품은 전시한지 두 시간만에 작품을 사고 싶다는 연락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작품 구매를 원하는 고객 중 어떤 이는 300달러의 가격을 불렀지만 그는 작품을 팔지 않고 미술관에 기부했다. 팡리준은 1989년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이후 수많은 개인전, 단체전 과 기획전을 열었으며 한국에서도 전시회를 한 경험이 있다.
팡리준은 제 1회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이미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중국 현대미술의 4대 천왕 중 한명인 장샤오강과 함께 '신물결 미술운동(新水波美术运动)'을 펼친 그는 비교적 사실적인 필치로 해변을 걷는 사람들을 묘사한 작품 (1989-1990)이후 특유의 대머리 인물상의 전형을 창조해 나갔다. 그의 작품 형태는 작업 초기에 해당하는 80년대 초·중반 목가적인 전원풍의 풍경화를 연작 형태로 발전시키는 형태에서 소묘 연작인 유화로 전환되면서 등장인물들은 단순화가 이루어졌다. 팡리준의 푸른색 물결 묘사와 대머리의 인물상은 이미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또한 온몸이 수면에 잠기거나 수면위로 떠오른 얼굴은 나르시시즘, 명상, 몽환, 삶의 열락 혹은 죽음 등 서로 상반되는 복잡한 감정을 환원시킨다. 아울러 그는 대머리 인물군상의 전형을 통해 절제된 언어로 사회에서 느끼는 개인의 고독감, 익명성, 냉소, 현대 중국사회에 대한 조롱과 기존 가치관에 반항하는 시선 등의 감정을 형상화했다.
냉소적 사실주의(Cynical Realism)의 대표적 선두주자인 그의 그림을 보면 대부분 미래에 대한 이상주의가 무너진, 보다 개인주의적이고 차디찬 시선으로 바라본 1990년대 이후의 중국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에서 관객들은 개인의 내적 갈등과 거대한 사회구조 사이의 충돌을 엿볼 수 있으며, 하얀 구름 그리고 그 속에 남겨진 인간, 바다처럼 넓은 열린 공간을 통해 자신의 내적 갈등을 분출한다.
그는 서구 현대예술의 언어를 창의적으로 이용하고 동시에 중국문화 속에서 발견한 소재를 독창적으로 활용하는 화가이다. 사실 그의 작품은 천안문 광장 사태와 중국전통 문화와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천안문 광장 사태가 중국인에게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이상 상실의 초래이며, 이 상실감을 사물로 대하는 방식에 있어 냉소적인 포피(泼皮) 분위기로 신속하게 전개되었다. 포피란, 펑크족 또는 건달을 의미하는 중국어이다. 이것은 동시에 농담하는 사람, 버릇없는 행동,모든 것을 간파하고 어떤 것에도 현혹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팡리준이 창조한 대머리 이미지들은 전형적인 아이콘임과 동시에 자조적이며 현대중국의 정신적 영역의 텅 빈 권태를 조롱한다.
▷복단대 학생기자 이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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