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海 교민업체, 투자•채무를 둘러싼 진실공방

[2012-05-19, 23:03:36] 상하이저널
교민사업자, 협박… 납치… 미행 신변위협 느껴
한국상회, 진실규명위원회 구성해 해결책 찾겠다

상하이의 한 교민 식품사업자가 인터넷 커뮤니티 장에 올린 글로 교민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17일 식품유통업 S사 장 모 사장(51)은 ‘본국정부의 수사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박현순 회장과 정 모 부회장이 자신의 회사에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발생한 문제가 납치, 미행, 협박 등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장 사장은 이로 인해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한국상회는 물론 총영사관도 성의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한국상회는 공식입장을 통해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고, 정 모 부회장도 정확한 진실을 알리겠다고 밝혀, 교민들의 관심 속에서 사건의 진실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S사 장 사장의 게시글에 따르면, 한국상회 박 회장과 정 부회장은 각각 200만 위안씩 총 400만위안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10%인 20만위안씩만 투자하고 지난해 6월 의견대립 후 투자는 종결됐다. 투자 종결 당시, 지출 후 남은 투자금을 2012년 6월 말까지 돌려주기로 하고 이후 투자는 없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그 후 8월부터 현재까지 정 부회장으로부터 납치, 미행, 협박 등 위협을 겪고 있어 본국 정부의 수사를 요청하겠다는 것이 장 사장의 입장이다.

그러나 18일 본지에 밝힌 정 부회장의 입장은 다르다. 의료기기 사업을 하고 있는 정 모 사장(53)은 “한국상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는 있지만 투자관계는 향우회에서 만난 사이로 개인대 개인의 투자일 뿐인데, 자꾸 한국상회를 끌어들여 직접 나서서 진실을 밝히기로 결정했다”며 그간 사건 정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사건으로 정 사장은 본의 아니게 한국상회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고 판단해 부회장직을 사퇴한 상태다.

투자 시작부터 종결, 엇갈린 주장

먼저, 투자 초기 상황부터 입장차가 크다. 장 사장은 지난해 4월경 한국상회 박 회장과 정 사장이 S사의 사업이 유망하다며 투자를 하겠다고 요청해왔고, 5~6차례 집요하게 투자를 하겠다고 요청해 와서 한국상회를 믿고 투자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지난해 1월 향우회에서 첫 만남을 갖고 고향 선후배 사이로 지내오다 먼저 투자를 요구한 것"이라며 “아무리 비전이 있다고 해도 S사에 대해 정확히 알지도 못한 상황에서 뭐가 아쉬워 투자를 하겠다고 안달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 후 박 회장과 정 사장은 각각 200만위안씩 투자하기로 하고, 먼저 20만위안씩 총 40만위안을 은행 계좌로 송금했다고 한다.

투자가 종결된 이유에 대해서도 장 사장은 10%인 20만위안씩 총 40만위안 만을 투자하고 회계보고를 요구하고 회사도장과 자금은 이들이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회사정관에 명기하자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던 중 박 회장이 먼저 투자를 포기하겠다고 했고, 6월 27일 충돌이 발생해 투자는 종결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사장은 200만위안씩 투자하기로 구두로 약속하고 아직 계약서도 쓰지 않는 상태에서 급하게 투자금을 요구해와서 아무 서류없이 인간적인 관계만 생각하고 송금해준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 그 후 정 사장은 나머지 투자금은 정식 외환구좌로 들여오자고 했으나 추가 금액 투입만 요구해와 서로 입장이 달라서 관계가 나빠지기 전에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서 더 이상의 투자는 매듭지었다는 것.

투자종결 당시 장 사장은 각각 3만5000위안씩 투자금을 지출한 것으로 하고 남은 16만5000위안을 익년(2012년) 6월 30일까지 돌려주기로 했다고 한다.

한국상회 한 관계자는 “실제 박 회장은 S사와의 투자에 있어서, 역시 향우회에서 만나 개인적으로 투자를 결심하고 4월 30일 20만위안을 은행구좌로 입금한 후 두 달만에 투자를 종결한 것이 전부인데, 한국상회 회장이라는 것을 부각시켜 한국상회 전체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납치, 미행, 협박

이 사건과 관련, 교민들이 가장 분개하고 있는 것은 납치, 미행, 협박에 대한 것이다. 투자 종결 후에도 이러한 불미스런 사건으로 치닫는 이유에 대해 게시글에 명확히 언급된 내용은 없다.

그러나 정 사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투자는 종결했지만 100만위안을 빌려주면 1년 안에 갚겠다고 해서 고민 끝에 ‘협약서’를 작성하고, 20만위안을 먼저 송금해줬다. 정 사장은 결과적으로 ‘투자’와 ‘차용’ 등으로 총 40만위안을 S사로 보낸 셈이다. 그 후 나머지 80만위안을 추가로 보내주기 위한 협의과정에서 서로 마찰이 생겨 두 사람 사이는 최악으로 치닫게 됐다는 것.

장 사장은 투자 종결 후 △지난해 8월 19일 갤러리아 뒷편에서 납치 후 탈출해 영사관에 신변보호 요청 △올해 4월 17일 숭명도 차량 미행 △4월 12일과 5월 16일 회사로 건달을 보내 직원 협박 등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언급했다. 교민들은 댓글을 통해 영사관의 조치에 대해 항의성 발언을 할 만큼 상하이 교민사회 개인안전과 관련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 역시 정 사장의 입장은 크게 다르다. “당시 영사관에서 출석요구를 해서 가보니 납치를 사주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3자 대면을 요구했다. 그런데 장 사장이 거절해서 만나보지도 못했다. 1시간 기다리다 영사의 권유로 돌아온 적이 있다. 만나서 내가 했다는 근거와 나와 해결할 문제를 얘기해야 맞지 않겠나”라며 오히려 반박했다.

숭명도 미행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주장은 엇갈린다. 장 사장은 “숭명도 농장에서 귀가 하던 중 1대의 봉고차와 2대의 승용차가 미행하는 것을 중국공안당국에 신고를 통해 미행차량을 경찰서로 유인 신원을 확인한 결과 정 사장이 타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사장은 황당하다는 주장이다. 장 사장이 빌린 20만위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8만위안에 대한 차용증만 작성해서 보내올 뿐 만남을 회피하자 직원들을 보내 위치를 파악해서 만나려고 노력했다. 푸동 공안국에 들어갔다는 직원의 전화를 받고 공안국에 찾아간 것이다. 여권을 제시하고 채무관계로 만나야 될 사람이라고 공안국에 밝혔으나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했고, 장 사장은 역시 만남을 회피했다. 불순한 의도로 미행했다면 공안국으로 들어가는데 따라 들어갈 이유도 없고, 공안국에 여권 신분을 밝힐 이유도 없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건달을 회사에 보내 최근까지 협박했다는 장 사장의 말에 대해 정 사장은 돈을 갚지 않고 만나주지도 않아 직원을 보내서 재촉했던 것이고, 출근하지 않으니 며칠씩 직원들이 찾아간 것이다. 한번은 정 사장 본인이 직접 오면 갚겠다고 해서 갔더니 나타나지 않아 돌아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장 사장은 6월 투자 종결 이후 한번도 연락이 온 적이 없었고, 직원이 아니라 정 사장으로부터 위임장까지 받은 건달들이 분명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중국 법원 판결? 기각?

법정공방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르다. 장 사장은 “지난해 12월말 정 사장이 투자했던 전액(40만원)을 청구하는 것으로 상하이인민법원에 재판을 청구했으나, 중국법원에서는 중국에서 청구권이 없다는 취지의 1심 판결을 받았다. 또 2012년 3월 13일 상해중급법원 최종판결도 중국에서의 판결은 저의 청구한바 대로 완전 종료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민항구인민법원에서 판결문이 아닌 ‘민사재정서’를 통해 관할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소기각했다고 밝혔다. 이유는 쌍방이 협의 작성한 100만위안 차용과 관련된 ‘협약서’ 내용에 문제 발생시 대전지방법원에서 하기로 명시해, 현재 대전지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힐 뿐, 장 사장이 주장한 상해중급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확연히 다른 양 측 입장

이번 사건에 대해 정 사장은 “잘못이 있으면 정확하게 잘못을 꼬집어서 개인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면 된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한국상회 임원진, 영사관을 끌어들여 마치 그 권력의 비호아래 이런 일을 저지른 것처럼 만들어 예사로운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정황이나 근거로 봐도 관련이 없음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일이 언급하기 그렇지만 40만 위안의 돈보다도 한때 고향 후배로 잘 지냈던 장 사장으로부터 치욕스런 일을 당한 것에 대한 심적 고통이 크다. 얼굴을 대면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잘못한 부분을 인정한다 해도 위안은 될지 모르겠지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씁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에 S사 장 사장은 “채무관계는 개인적인 것이 맞지만 한국상회 임원 직함을 이용해 본 회사를 곤경에 빠뜨렸다. 이를 방조하고 묵인한 한국상회는 책임이 있으며, 중재에 나서지 않는 회장은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투자•채무 등 개인간의 문제를 넘어 한국상회에 사건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상회, 진상규명위원회 구성키로

한편, 한국상회는 게시글이 올라온 다음날인 18일 오전 임원진 회의를 열고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한국상회는 “이번 사건은 개인들간의 채권채무 관계일 뿐, 한국상회 차원의 개입이나 관여는 절대 없었다”고 알리고 “어떠한 이유로든 교민을 대표하는 한국상회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는 현 사태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또 이번 제기된 사건과 관련해 한국상회는 원만한 해결책을 찾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총영사관에 중재요청하고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법률전문가, 종교계 및 사건의 당사자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전했다.

사건 정황의 많은 부분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추후 진실공방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교민들은 이 사건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기 전에 명확한 사실 규명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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