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입니다. 언어를 가르치는 범주는 굉장히 넓어서, 수업의 특성에 따라 효율성(efficiency)과 효과성(effectiveness)사이에서 항상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혁신적인 교수법이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영어는 현재 다른 언어와 달리 소통보다는 자격을 따지는 기준으로 많이 활용되다 보니 장기 효과적인 과정 중심의 교수법 보다는 단기 효과적인 결과 중심의 교수법에 더 많이 의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는, 예를 들어 당장 고득점이 필요한 아이들을 마주하며 그들의 시간에 대한 강사로서의 최소한의 예의가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노하우가 담긴 최선의 수업 준비임을 압니다.
그러나 그들이 수업에 들어올 때 그 마음만큼은 결과 중심보다는 배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를 바라는 약간의 욕심이 있습니다. 교육이란 틀에서 선생과 학생으로 만나는 인연의 최소한의 조건이 선생의 권위나 학생의 권리 이전에 바로 배움에 대한 예의라고 믿으니까요.
배움의 예의란, 배움은 번개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씨앗처럼 땅에서 서서히 성장하는 것임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씨앗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씨앗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 요소나 외부 조건을 이겨내려는 타고난 강한 내성도 필요하지만 씨앗을 키우기 위한 외부적인 조건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블링크(Blink)의 작가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층을 확보한 말콤 글래드웰(Malcome Gladwell)은 그의 책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이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모짜르트는 뛰어난 재능을 타고 났지만 그는 음악을 가르쳐 줄 부친이 있었고 음악이 예술이자 대중적 오락이었던 유럽의 정서적 환경이 있었고, 6살에 이르렀을 때 그가 음악을 연습한 시간은 무려 3500시간에 이를 정도로 굉장한 심도 있는 연습을 해왔다는 점입니다.
즉 그는 성공의 중요한 요소라 볼 수 있는 ①타고난 재능, ②이를 기회로 삼아 끌어 줄 수 있는 환경, ③좋은 멘토, 그리고 ④부단한 연습이 조합을 이룬 경우라는 것이지요.
특히 그는 부단한 연습의 조건(deep practice)을 강조하면서 적어도 만 시간의 투자가 있어야지만 세계적인 기량의 실력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만 시간이면 하루 3시간씩 무려 10년 가까이 이르는 시간입니다.
물론 적성과 같은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그의 이야기는 배움에 드는 시간에 대해 자린고비의 마음을 가진다면 실력의 이자는 결코 쌓일 수 없음을 강조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너무나 효율성을 강조한 현대 교육에 많이 길들여진 나머지 우리는 종종 배움이 요구하는 시간에 대해서 굉장히 아까운 마음을 가지곤 합니다. 서점에는 온갖 ‘비법’이 들어간 수험서들이 불티나게 팔려갑니다.
영어 교육 시장은 ‘획기적’ 방법을 도입했다고 하는 학습 매체나 교육 기관들이 유행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빨리 배우고 끝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은 모든 학생들의 공통적인 바람이며, “내가 가르치는 걸 애들이 좀 빨리 이해했으면 좋겠다”라는 게 모든 교사들의 소망입니다.
물론 멀티 플레이어를 요구하는, 할 게 너무 많은 요즘 시대에 효율성 추구는 시대적인 요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효율성이 배움의 가장 우선순위가 될 때 우리는 배움은 시간을 먹고 자라는 정직한 유기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배움을 말라 죽이게 됩니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는 교육이란 들통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마음속에 불을 지피는 일이라 했습니다. 들통은 채우면 끝나지만 불은 지피는 순간 스스로 탑니다.
아이들이 배움에 드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고 배움이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것을 믿으며 배움을 스스로 키울 때, 배움에 대한 예의는 자연히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김아림(SETI 종합학원 영어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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