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와 떠나는 박물관여행-9
한인들에게 홍커우취(虹口区)는 윤봉길 의사가 거사를 치뤘던 홍커우공원이 위치해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인들이 거주해 있는 곳과는 먼데다가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 날이거나 상하이를 관광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주변에 갈 일이 드물다. 홍커추취에서 둬런루(多伦路)는 문명거리로 유명하다. 그 곳에 바로 시계 소장실이라고도 불리는 상하이 난징시계박물관이 있다.
시계박물관은 정확히 둬룬루문화명인가(多伦路文化名人街)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은 사람들이 걸으며 구경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거리라 자동차가 함부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출입구가 있는 쓰촨베이루(四川北路)에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 四川北路에 도착하자 오후 5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어둠을 밀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넓은 거리의 양 옆으로 상가 간판들이 반짝였다. 상가 옆을 지나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거리에 활기를 더하는 것이, 시내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과 비슷했다.
하지만 둬룬루문화명인가에 발을 들여놓으면 바로 붙어있는 四川北路와는 상반되는 분위기를 목격하게 된다. 아스팔트 대신 돌이 깔려 있는 둬룬루문화명인가는 매우 조용하며 길 옆에 세워져 있는 가로등 몇개만이 어둠 속에서 길을 밝혀준다. 인적 또한 드물었다. 지나온 四川北路에는 생기와 활기가 가득 차 있었다면 둬룬루문화명인가에는 평온함과 여유로움이 가득 차 있는 듯 했다.
개장시간은 오전 8시반부터 오후 5시반까지지만 5시경에 도착하니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둬룬루문화명인가에 있는 가게들 대부분이 5시 정도 되면 하나 둘씩 문을 닫는다고 했다. 사정을 말씀 드리니 인자하신 주인 할아버지가 문을 열어주셨지만 안에는 세 가족이 식사 중이었다. 중국인 가족이 박물관 관리 겸 생활을 하는 곳이라 문을 닫을 시간이 다가오면 식사 준비를 하는 듯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시계 박물관을 방문 할 예정이라면 적어도 4시경에는 그 곳에 도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평 남짓한 시계 박물관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아늑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시계 박물관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왜 그 곳이 박물관(博物馆)보다는 소장실(藏室)로 불리는지 알 수가 있다. 물건(物)을 보관(馆)하는 곳이기는 하나 확실히 넓(博)지는 않다. 그 곳을 관리 하는 노부부가 시계를 소장(藏)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은 듯 해 보였다. 왜냐하면 시계 외에도 유리장식장 안에는 다양한 수집품이 정리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방 양 옆으로 시계들이 전시 되어 있다. 다양한 시계들을 전시 하기보다는 과거 만들어졌던 앤티크 시계들을 모아놓은 곳이라 시계 대부분이 목재로 만들어져 있다. 동요 ‘할아버지의 시계’를 듣고 있자 하면 떠오르는 시계는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았다. 할머니가 앉아서 뜨개질을 하는 흔들의자 옆에 걸려 있을 법한, 또는 놓여 있을 법한 시계라고 느껴졌다. 전시 되어 있는 시계들을 언뜻 봐서는 외모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 색깔이나 모양, 그리고 크기 등에 차이가 있다. 어떤 시계들은 탁상용이며 어떤 시계들은 벽걸이 용이다. 어떤 시계들은 진한 갈색을 띄며 어떤 시계들은 옅은 갈색을 띈다. 화려한 시계도 있으며 심플한 시계도 있다. 소녀 감성이 느껴지는 예쁜 시계가 있는가 하면 우아함이 느껴지는 시계도 있다.
상하이 난징시계박물관에 들어서면 박물관 특유의 차갑고 진지한 분위기보다 사람 냄새가 느껴진다. 개장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따스한 미소로 반겨주신 어르신의 미소와 밤 냄새가 그 이유이지 않았나 싶다.
앤티크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상하이 난징 시계 박물관을 추천해주고 싶은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를 경험하기보다는 바쁜 생활 속, 혹은 일정 속에 여유로움이나 포근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박물관을 추천 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차가워지는 아스팔트 대신 울퉁불퉁한 돌을 밟으며 거니는 둬룬루문화명인가 끝에 사람 냄새, 사람 온기가 가득하면서도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상하이 난징시계박물관은 상하이에서 보지 못했던 의외의 모습들을 보게 하기 때문이다.
▶ 위치: 虹口区多伦路191号
▶ 전화번호: 5696-4048
▷고등부 학생기자 박혜민 (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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