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딤섬(点心)메뉴로도 자주 올라오는 춘쥐엔은 본래 중국의 명절 전통음식 중 하나이다. ‘봄을 말다’라는 뜻은 음력 설인 춘절에 먹었던 것이 유래하여 붙여졌다.
춘쥐엔(春卷)은 춘빙(春饼) 혹은 보빙(薄饼)으로 불린다. 중국의 어디를 가도 만나볼 수 있지만 강남(江南)쪽에서 유난히 즐겨 먹는다.
입춘에 춘쥐엔을 먹는 것이 중국 민간의 전통 시습이다. 단오제에 쫑즈(粽子)를 먹고 춘절 전날 쟈오즈(饺子)를 빚어 먹는 것처럼. 천백년 이상을 함께 해 온 춘쥐엔은 봄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갖가지 신선한 채소들을 넣어 만들어 영양적으로도 그 가치가 뛰어나다. 봄을 맞아 오장의 기를 북돋아 주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에서는 일상적으로 먹으면서 손님을 대접하는 음식으로도 상에 오른다. 고서에서는 봄을 맞이해 길조를 기원하며 춘쥐엔을 빚어 먹었다 전해진다.
춘쥐엔의 모양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상하이의 춘쥐엔은 손가락만큼 얇고 가느다랗다. 저장이나 푸졘 일대는 10cm에 달하는 길이로 만들어 먹는다. 명절마다 먹는 것이 북방 사람들이 만두를 만들어 먹는 것과 같다고 한다.
춘쥐엔, 춘빙, 춘판 등 역사 속 다양한 호칭들
진나라에서부터 시작된 춘쥐엔은 동진시대에는 춘판(春盘)이라 불렸다. 그 당시 사람들은 입춘이 되면 얇은 밀가루 전병을 깔고, 그 위에 갖가지 야채를 곁들여 먹었기 때문이다. 입춘뿐만 아니라 봄 나들이를 갈 때에도 이 춘판을 도시락으로 싸 들고 갔다고 한다.
당송시대에 와서는 춘쥐엔이 더욱 유행했다. 사람들의 시습을 반영한 시구가 많았던 당시, 봄을 묘사한 유명 시인 두푸(杜甫), 루여우(陆游)의 시에도 춘판이 등장한다.
또한 춘판은 당송시대에와서 우신판(五辛盘)으로도 불렸다. 조리법 역시 발전한 덕분에 춘빙은 우리가 알고 있는 춘쥐엔으로 태어났다. 당시는 민간의 간식 이였을 뿐만 아니라 궁중요리에도 춘쥐엔이 올랐다. 청나라 궁중 음식을 기재한 만한전서(满汉全席)에는 128종의 음식 중 9개의 중요한 간식 중 하나로 춘쥐엔을 꼽았을 정도다.
전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춘쥐엔의 형제자매들
밀가루•녹말가루•달걀 등을 섞어서 전병처럼 만들고 그 속에 표고•숙주•죽순 등의 채소와 돼지고기 다진 것, 새우 등을 섞어서 만든 소를 넣고 돌돌 말아 기름에 튀겨 먹는 춘쥐엔은 중국에서만 사랑받는 음식이 아니다. 아시아 각국에 모두 흔적이 있는 음식이다. 베트남에서는 차조 또는 고이쿠온, 일본에서는 하루마키라고 부르며 타이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다.
베트남의 차조는 중국의 춘쥐엔과 비슷하게 라이스페이퍼 또는 바인차이라고 불리는 월남쌈에 다진 돼지고기와 새우살•당근•피망•버섯 등의 채소를 넣고 돌돌 말아서 기름에 튀긴다. 소를 넣을 때는 월남쌈을 마름모로 놓고 중심보다 조금 밑에 넣는다. 앞부분을 먼저 접고 양쪽 날개 부분을 안쪽으로 접은 뒤 돌돌 말아서 180℃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튀긴다. 뜨거울 때 상추잎에 싸서 매콤한 스프링롤소스에 찍어 먹는다. 소스는 물•식초•설탕•다진마늘•붉은고추•라임주스•피시소스를 섞어 만든다.
그러나 일본의 고이쿠온은 차조나 춘쥐엔과 달리 튀기지 않고 중국 당송시대에 먹던 춘판 처럼 월남쌈에 다진 돼지고기와 새우살을 익혀 채소와 함께 싸 먹는 음식이다.
타이에서는 월남쌈에 새우살과 당근, 삶은 쌀국수, 숙주, 코리앤더잎 등을 넣고 네모나게 싸서 돌돌 말아 스위트 칠리소스나 스프링롤소스에 찍어 먹는다고 한다.
춘쥐엔의 영어이름 스프링 롤(Spring Roll)은 새 봄에 갖가지 채소를 먹으며 활력이 넘치길 바랬던 옛 중국인들의 소망을 직역한 작명이 아닐 수 없다. 이젠 길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간식, 춘쥐엔에 깃든 소망을 사시사철 느껴보자.
▷유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