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中 판매가, 유럽의 4배
‘좋은 것 말고, 무조건 비싼 걸로 주세요(只买贵的,不买对的)!’ 중국 고급 자동차 소비시장에서 떠도는 유행어라고 한다. 중국 부호들의 무부별한 자동차 소비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중국에서 자동차는 소위 ‘지위’, ‘신분’, ‘품격’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이같은 사치풍조가 사라질 줄 모르고 있다.
랜드로버(Land Rover) 자동차 홈페이지에 오른 나라별 차종 가격을 신화넷(新华网)이 23일 밝혔다. 레인지로버 이보크(Range Rover Evoque), 프리랜더(Freelander), 디스커버리(Discovery) 등 차량의 중국시장 판매가격은 해외에 비해 2~3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레인지로버 모델은 중국시장 판매가격이 유럽, 미국에 비해 4배나 높다.
레인지로버 5.0T의 최고급 사양의 경우, 중국내 가격은 279만8000위안(한화 5억1027만원)이며, 중간 판매업체가 가격을 덧붙인 시장 판매가격은 320만위안(한화 5억8358만원)이다. 한편 일본은 105만2000위안, 독일은 103만6000위안이고, 원산지인 영국에서는 83만5000위안이며, 미국은 83만3000위안이다.
수입차의 경우 수입관세, 소비세 및 부가가치세 등의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 중국의 현행 세율 및 세금계산 기준식에 따르면, 배기량 4.0리터 이상 수입차의 세후가격은 두배가량 된다. 레인지로버 5.0T의 최고급형의 경우, 랜드로버 글로벌 최대시장인 영국 정가를 기준으로 중국에 수입되면서 운송비, 관세, 소비세, 부가가치세, 창고비용 등이 붙는다고 해도 최고 200만위안 가량이다.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판매되는 최종가격과 여전히 120만위안(한화 2억1884만원)의 격차가 벌어진다.
유명 자동차 평론가인 종스(钟师)는 랜드로버의 성공 배후에는 과거 벼락부자가 된 중국인들의 졸부습성이 깔려 있다고 전하며, 맹목적인 허세풍조를 꼬집었다. 누군가 레인지 로버를 사면, 가격에 상관없이 너도나도 사들인다는 것이다. 소위 ‘체면’을 구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중국인들의 소비풍조가 랜드로버의 중국신화를 만들어 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유럽, 미국 시장에서 랜드로버는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며, "랜드로버를 운전하면서 사회적 지위를 증명한다고 생각하는 중국 소비자들은 크게 속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자동차 가격은 세계 어느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다. 해외 자동차 업체들은 폭리를 취함으로써 중국내 수입차 가격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최근 중국 정부당국은 수입자동차 및 합자자동차를 겨냥한 반독점조사를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 파산위기에 처혔던 랜드로버는 중국인들의 ‘체면’ 덕분에 중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2012년 중국내 총 7만3347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는 전세계 총 판매량의 1/5 수준이다. 작년 랜드로버의 이윤총액은 USD 24억2000만달러에 달해 2008년초 인도 타타그룹이 랜드로버를 인수한 가격총액을 넘어섰다. 중국인들은 유럽인들에 비해 4배 넘는 돈을 주고 랜드로버를 구입한다. 과연 누구를 위해 이처럼 비싼 댓가를 치르는 것일까?
▷이종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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