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중국서 '문화재반환' 요구받아

[2013-12-05, 07:51:10] 상하이저널
관영매체들 "진정성 없고 엉뚱한 얘기만…英, 더는 강대국 아냐" 비판

중국을 방문 중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서 '약탈문화재 반환' 요구를 받았다고 AFP 통신 등이 4일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중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중국인들과의 '소통'을 위해 웨이보를 개설했고 현재 팔로워는 23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 웨이보에서 가장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슈 중 하나는 '영국이 약탈한 중국 유적의 반환 문제'였다.

중국의 유명한 싱크탱크인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은 캐머런 총리의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대영박물관에 2만3천개의 약탈품이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영국은 불법적으로 약탈한 문화재를 언제 돌려줄 것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중국 외교부 역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유실된 중국의 해외문물 문제는 중국의 취약했던 역사와 관련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인민의 감정과도 관련이 있다"며 "우리는 관련 국가의 정부부문 등이 중국인민의 감정을 존중해 책임있고 우호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현지 관영매체로부터도 거센 비판을 받은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전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양국 관계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캐머런 총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가 진정성이 없으며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캐머런 총리는 상하이(上海)의 한 대학 연설을 통해 "영국과 중국의 정치적, 문화적, 사업적 유대관계를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글로벌타임스의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신문은 사설에서 "현 시점에서 캐머런 총리의 방중이 양국 갈등을 끝내기는 어렵다"며 "캐머런 행정부는 중국의 시각에서 봤을 때 영국이 더는 강대국이 아니란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국은 단지 여행이나 학업을 하는데 적합한 늙은 유럽 국가일 뿐"이라고 말했다. 비록 환구시보가 중국 공산당 내 강경 국수주의자들의 정서를 반영한다고는 해도 이 신문의 사설은 정부 고위층의 의중을 어느 정도 드러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캐머런을 향한 중국 지도자들의 따뜻한 외교적 수사 뒤에 숨어 있는 정서의 일단을 보여준다고 FT는 분석했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 역시 상하이 대학 연설을 통해 어렵고 사전 각본이 없는 질문에 대답할 줄 아는 정치 지도자의 미덕을 치켜세우는 등의 방식으로 중국의 지도체제를 은근히 공격했다.

캐머런 총리는 "총리를 향한 질문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며 "하나는 그렇게 함으로써 총리가 분발하도록 만드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를 시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그렇게 함으로써 대중은 총리가 분발하고 있고, 일을 잘하고 있다는 것을 지켜볼 수 있으며 이는 또한 책임 있는 정부를 만들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캐머런 총리의 이런 언급은 대중들과의 자유로운 소통이 제한된 중국 지도부의 경직성을 은근히 공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캐머런 총리는 웨이보에서 많은 중국 이용자들로부터 시진핑 주석은 언제 웨이보에 가입할 것이냐는 질문을 이끌어내며 중국 정부에 은근한 메시지를 던졌다.

또 자신이 영국 언론으로부터 이번 방문에서 경제와 비즈니스에만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소개한 뒤 "하지만 나는 사과할 생각이 없으며 영국은 무역국가이기 때문에 더 많은 교역과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영국정부 측은 이번 방중 과정에서 92억 달러 상당의 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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