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전자부품업체 A사는 최근 한국인 주재원이 현지 직원들에게 폭행당하는 일을 겪었다. 앞서 중국인 직원들이 협력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불량 부품을 공급받은 것을 한국인 관리자가 적발한 데 따른 보복이었다. 사건에 연루된 현지 직원 몇 명이 해고 당하자 앙심을 품고 한국인 관리자를 폭행했다. 피해자는 심하게 맞아 다리 불구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사건 발생 후 이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주재원들 사이에는 현지 직원 비리를 알아내도 웬만하면 덮어버리는 경향이 심해졌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 직원 부정부패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지 직원들의 권한이 커진 만큼 협력사와 유착 관계 등 부정부패가 발생할 여지도 많아졌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소재·부품 현지 조달 비중을 늘리고 있어 관리 허점을 파고든 부정부패 문제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품업체 중국 법인장을 맡고 있는 한 임원은 “주재원 수는 몇 안 되는데 중국인 관리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협력사와 부정부패 고리가 너무 강해 알면서 손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견 소재업체 B사 사장은 중국 공장에서 테러를 당할 뻔했다. 공장 문을 나서는 순간 커다란 돌덩이가 차 앞 유리창으로 날아들었다. 다행히 방탄유리여서 큰 피해는 없었지만 B사 사장은 한동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최근 B사가 중국 공장 폐기물 처리업체를 새로 선정하려 하자 기존 거래 업체가 앙심을 품고 보복한 것이다. B사 사장은 공장 폐기물에 막대한 이권이 걸린 사실을 간과했다.
현지 직원 간 보복 폭행 사건도 빈번하다. C사에서는 최근 중국 직원 간 다툼이 일어났다. 여자 관리자가 업무 태도가 불성실한 남자 직원을 꾸짖자 자존심이 상한 남자 직원이 폭력을 행사했다. 이에 여직원은 현지 폭력배에게 의뢰해 남자 직원에게 보복했다. 당한 남자 직원도 역시 폭력배를 고용해 앙갚음했다. 개인 간 다툼이었던 사건은 폭력배가 연루되면서 확대됐다. 폭력배들이 한국 업체로 타깃을 돌려 돈을 받아내려한 것이다.
C사 중국 법인장은 “중국 직원들은 회사에서 발생한 문제를 관리자에게 알리지 않고 개인이 직접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보복 폭행 문제로 매달 금품을 요구하는 현지 폭력배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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