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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저녁 열린공간에 설치된 분향소를 총영사관으로 옮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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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정부 훈령에 영사관•한국상회 ‘신속한’ 이전 결정
상해한국상회(회장 안태호)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가 설치 하루 만에 영사관으로 옮겨졌다. 지난 28일 열린공간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추모객을 맞이하던 한국상회는 불과 3시간만에 ‘본국 정부의 훈령에 따라’, ‘내부적인 조율을 거쳐’ 29일부터 상하이총영사관(총영사 구상찬)으로 분향소를 이전키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이메일과 SNS를 통해 안내 메시지를 보냈다.
안태호 회장은 “교민들이 운영하는 분향소를 공관에 설치하라는 훈령에 따른 것이었다. 총영사관 요청을 거절하기도 했지만, 두 곳에서 하면 혼란을 줄 수 있고 베이징 등에서도 공관에서 한다고 하니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라며 분향소를 옮긴 이유를 밝혔다.
이전을 반대했던 한국상회 한 집행부는 “분향소 설치를 문의하는 민원에 정부훈령이 없어서 할 수 없다고 하더니 이미 설치된 분향소를 하루만에 훈령에 따라 총영사관으로 가져가야겠다는 것은 교민들의 혼란과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총영사관은 “정부 훈령에 따라 급작스럽게 분향소가 이전돼, 한국상회와 영사관을 오가는 셔틀밴을 운행하고, 노동절과 토·일요일은 물론, 분향소 운영시간을 오후 7시로 연장하는 등 교민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한국상회 회원사와 교민들은 ‘뒤늦은’ 정부 훈령에 ‘신속하게’ 이전을 결정했다며 질타했다. 한국상회 회원사 A 업체 김 모 대표는 “한국상회는 회원사들이 회비를 내는 교민단체다. 정부기관도 아니고 영사관 하부기관도 아닌데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영사관 분향소를 찾은 교민 이 씨는 “희생자를 추모하러 왔는데 여권을 제시하라고 하고, 소속과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요구해 불쾌했다”고 밝혔다. 또 구베이에 거주하는 30대 주부는 “정부 훈령이 빨랐더라면 이 같은 혼란이 없었을 것이고, 기왕 설치한 분향소 교민들을 위해 그대로 운영했으면 오해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50대 자영업자 박 모씨는 “굳이 한인타운과 멀고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가며 분향소를 옮긴 것은 세월호로 슬픔에 잠긴 교민들 보다 지시에 따른 조치가 우선이었던 것이다. 국내나 해외나 비슷하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다롄한국인회(회장 박신헌) 관계자는 “외교부 훈령에도 불구하고 영사사무소와 협의해 한인 동포가 밀집한 한인회 강당에 영령을 모셨다”고 밝혔다. 분향소 설치 후 박신헌 회장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직접 달려갈 수는 없어도 먼 곳에서나마 우리 대련 한인들의 추모와 위로의 마음이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인터넷에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또 24일(목) 한국인회 특별관에 분향소를 설치했던 선양 한국인회(회장 이성희)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정부 훈령 후 영사관에 분향소를 설치한 지역을 제외하면 상하이와 베이징 두 곳만 분향소를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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