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IT 부호들③]
최근 몇 년 간 중국 내 IT기업의 약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나아가 세계의 부호 랭킹에서도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올해 포브스에서 발표한 ‘중국 부호 TOP10’에는 알리바바의 마윈(马云/2위)을 필두로 마화텅(马化腾/텐센트/3위), 레이쥔(雷军/샤오미/4위), 리옌홍(李彦宏/바이두/6위), 리우창동(刘强东/징동/9위), 딩레이(丁磊/넷이즈/10위) 6명이 이름을 올리며 그 위세를 자랑했다. 세계를 놀라게 한 IT 부호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대륙의 실수? 대륙의 질주!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军)
스마트 시대로 불리는 요즘, 편리해진 만큼 손에서 놓을 새가 없는 스마트폰 덕분에 보조배터리 역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이 보조배터리 하나로 대중의 관심을 넘어 세계의 관심을 받게 된 회사가 있으니 바로 ‘샤오미(小米)’다. 사업 초반 샤오미는 애플의 아이폰과 비슷한 디자인, 성능의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짝퉁 애플’이라는 오명을 얻으며 비난 받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샤오미 보조배터리를 가진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한국 소비자들의 경우 정식 수출되지 않는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 직구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합리적인 가격이다. 다른 기업의 제품과 비슷한 성능을 가지면서도 가격대는 훨씬 낮게 형성돼 있다 보니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게 된 것이다. 이 저가 정책의 성공에는 샤오미의 회장 레이쥔(雷军‧46)이 있었다.
고가 제품군으로 인식되는 전자‧스마트 기기를 저가에 판매하면 손실이 클 것이라는 예상과 반대로 레이쥔은 포브스가 발표한 ‘2015 중국 100대 부호’에서 알리바바의 마윈과 텐센트의 마화텅의 뒤를 이어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놀라운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우한대(武汉大学) 재학 시절 레이쥔은 ‘파이어 인 더 밸리’라는 책에서 성공한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접한 후 큰 자극을 받아 창업의 꿈을 품게 된다. 이후 그는 대학 4년 과정을 2년 내에 이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달성하는 한편 장학금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 6월 모교 졸업식에 참석해 “내가 다른 사람보다 똑똑하거나 성실해서 2년 만에 학사과정을 이수한 것이 아니다. 일찍부터 인생의 꿈을 가지고 있느냐,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라고 연설했다.
레이쥔은 1992년 진산(金山, 現 킹소프트)에 창업멤버로 합류해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2007년 회사를 상장시킨 후 은퇴한 그는 마침내 2010년 샤오미를 설립했다. 샤오미는 소프트웨어 미유아이(MiUI) 개발에 나섰다. 미유아이는 기존 안드로이드에 비해 세련된 디자인과 높은 편의성을 무기로 이용자들의 각광을 받게 됐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대놓고 따라 한다’는 비난도 따랐지만 레이쥔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미유아이를 장착한 스마트폰 미(Mi) 시리즈를 세상에 내 놓으면서 본격적인 스마트폰 전쟁에 뛰어들었다. 올해 샤오미는 상반기에만 347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이는 불경기임에도 1년 사이 33%나 증가한 수치다.
최근 샤오미는 스마트폰 외에도 대형TV, 블루투스 스피커, 액션캠, 공기청정기, 전동스쿠터, 캐리어까지 제품군을 가리지 않고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유행하는 제품’보다 ‘실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에 집중한 결과다. 이처럼 레이쥔은 상식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로 손목 전자 밴드인 미밴드 등의 유용한 기기를 만들어 냈다. 덕분에 레이쥔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지 않고도 SNS 등을 통한 입소문으로 중국, 나아가 세계 무대에 이름을 떨치게 됐다.
<샤오미 CEO 레이쥔의 창업 신화>라는 책은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라 △높은 곳을 바라보되 현실을 기반한 목표를 향해 발을 굴러라 △저비용 체제일 때 신속한 확장능력을 갖춰라 △가장 먹음직스러운 시장이 되라 △최고의 타이밍을 선택하라 △작은 일부터 인정받아라 등 레이쥔의 십계명을 소개하고 있다. 샤오미의 성공이 단순한 ‘베끼기’에서 온 것이 아닌 레이쥔의 철저한 시장 분석과 통찰력에서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레이쥔은 “태풍의 길목에서는 돼지도 날 수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한 시대를 선도할 거대한 물결이 왔을 때 그 길목에 미리 서 있다면 남들보다 쉽게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는 의미다. 레이쥔은 그 태풍의 길목을 정확히 짚었고, 거대한 물결의 흐름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리고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적인 기업가이자 중국 부자들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거부가 되었다.
고등부 학생기자 이혜원(SAS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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