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에는 ‘초등숙제, 학부모 확인서명 없앤다’라는 문장이 실시간 검색어 2위에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았다.
최근 저장(浙江)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 숙제에서 학부모 확인 서명을 없앤다”는 획기적인 발표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초등학생 과제에 반드시 학부모 서명을 받도록 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아이는 숙제를 마치면 부모의 검토와 지도를 거쳐 틀린 문제를 고쳐 푸는 과정이 뒤따른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의 학교 숙제는 학부모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문제가 어려워질수록 부모의 부담감 또한 커진다.
하지만 최근 저장지역의 진화진동취(金华金东区) 실험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아이의 숙제를 검토하고 수정할 필요가 없으며, 확인 서명도 필요 없다”고 공표했다.
학교 측은 “숙제를 교정해주는 것은 교사의 기본 책임이지, 학부모의 책임이 아니다”라면서 “더 이상 ‘아이의 숙제’가 ‘학부모의 숙제’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이들에게는 “내가 학습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학교 교장은 “요즘 부모들의 삶은 ‘아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서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숙제를 봐주고, 반찬을 떠주는 등 모든 생활의 중심에 아이가 있다“고 전했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은 독립심이 결여되고, 독자적인 학습의 기회를 잃어 의존감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학부모와의 상담을 거친 결과, 대다수 학부모들이 아이의 숙제를 검사하고, 고쳐주고 있었고, 결국 학교 숙제는 학부모들에게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병폐를 고치기 위해 학부모 서명을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의 역할은 아이에게 안정적인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학습 목표를 명확히 파악하도록 하며, 바른 공부 습관과 태도를 익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학습에 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관련 소식이 SNS에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적극 지지한다”며 찬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집에서 학교 숙제를 다 교정해주면 담임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직장에서 돌아와 쉴 틈도 없이 아이의 숙제를 봐주어야 하는 부담감이 너무 크다”, “요즘은 아이들이 선생님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선생님을 무서워한다. 숙제가 잘못되면 교사가 학부모에게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요즘엔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으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못할 판이다. 숙제를 제대로 봐주기 힘들기 때문이다”라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 동안 쌓인 ‘한’을 푸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종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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