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Everything I Never Told You
셀레스트 응 | 마시멜로 | 2016. 08.
산더미 같은 책 속으로 조용히 현실도피를 떠나 숨어든 사십 대 여자로서의 내게,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내게 이 가을 문득 찾아와 큰 울림을 준 책. 올 들어 읽은 70권 중 단연 ‘올해 나의 책’으로 꼽고 싶은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는 놀라운 문장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1970년대,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중국계 미국인 가정의 이야기다.
하버드대를 나온 수재지만 가난한 중국 이민자 출신으로, 평생을 무리 속에 끼고 싶어 하나 끼지 못하는 아빠. 언제나 남과 다른 삶을 꿈꾸지만, 자신을 못 찾은 채 좌절하며 살아가는 백인 엄마. 이들 부부의 세 아이 중 유일하게 엄마의 파란 눈을 닮은 큰딸 리디아는 부모의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아이이다. 가출하면서까지 마치고자 했던 학업의 꿈을 셋째 아이 임신과 함께 접은 엄마는 리디아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은 채 자신의 못 이룬 의사의 꿈을 리디아에게 주입시킨다. 아빠는 자신은 못해냈지만, 리디아는 활발하고 사교적인 사람이 되어 이상적인 일상을 그려내기를 기대한다. 사랑받는 리디아가 대체 왜 마을 호수에서 시체로 발견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둘러싸고 사람들은 걷잡을 수 없이 혼돈에 빠져든다. .
리디아의 죽음으로 평온해 보이는 가족의 겉모습 아래 감춰진 구성원들 각각의 복잡하고 은밀한 내면, 그 속에 드리워진 외로움, 숨막힘, 서글픔 등 온갖 감정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랑한다는 달콤한 말 아래 가족 간에 지워지는 억압과 부담, 가족 간에도 서로에게 절대 말하지 못하는 ‘소통되지 못한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하나씩 파헤쳐진다.
출판사 서평대로, “가족이라고 하면 세상 그 누구보다 친밀한 관계로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 같지만, 그 관계의 이면에는 생각보다 훨씬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다. 오히려 가정은 구성원 각자의 욕망이 교차하는 혼돈 속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심리적 전쟁터에 가깝다. 최악의 경우에는 가장 치명적인 방식으로, 예측하지 못한 일탈로,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이 터져버리는 장소가 바로 이 가정” 일 수도 있는 것이다.
책을 덮고 삶을 가만히 돌아봤을 때, 개인으로서의 삶과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삶이 어떻게 역할 조화를 이뤄가야 하는지, 끝끝내 이루지 못하고 보듬어지지 않은 우리의 꿈과 상처를 가족 특히 자식을 통해 실현하고 치유하고자 하지는 않았는지, ‘기대’라는 미명 하에 가족의 어깨에 감당키 어려운 짐을 지우고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위장하지는 않았는지, 아낌없이 퍼주고 있는 이 모든 것이 과연 상대방이 견딜 수 있는 무게인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리디아’로 자랐던 우리 모두가, ‘리디아’를 키우고 있는 우리 모두가 꼭 성찰해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일생에 걸쳐 타인의 기대에서 벗어나 진정 스스로 원하는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므로.
최승희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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