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모두 ‘볶아질(炒, 투기한다는 뜻의 중국식 표현)’ 수 있다는 중국에서 올해는 어떤 투기 항목에 중국인들의 관심이 쏠렸을까?
기존 부동산 투기, 주식 투기, 코인 투기에서 최근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운동화 투기, 피규어 투기까지. 올해 중국에서 성행한 10대 투기 항목에 대해 25일 전담망(前瞻网)이 정리했다.
운동화 투기(炒鞋)
올해 중국의 운동화 투기 열풍은 중국 관련 당국이 나설 정도로 그 기세가 맹렬했다. 중국에서 운동화 구매는 이제 더 이상 착용이나 소장 용도가 아닌 판매의 수단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올해 8월부터 중국 내 희귀 운동화 가격은 폭등하기 시작했다. 운동화 매매를 중계하는 플랫폼은 최근 24시간 거래 정보를 근거로 에어조던(AJ) 지수, 나이키 지수, 아디다스 지수를 산출해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마치 증권 시장 지수를 연상시키는 수치로 제품의 재테크 가치를 책정해 거래 시세를 나타낸 것이다.
운동화 투기 열풍이 높아짐에 따라 관련 부작용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진품으로 둔갑한 가품 거래, 지나치게 높은 가격 책정 등 피해 사례가 증가하자 지난 10월 중국 인민은행 상하이 분점과 관영매체 신화사는 각각 운동화 투기 광풍 관련 보고서와 상세 기사를 통해 경고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코인 투기(炒币)
중국의 코인권(币圈)은 지난 2009년을 첫 시작으로 수많은 이들에게 전례무후의 막대한 부를 안겨줬다. 황금, 부동산, 주식 투자와는 달리 비트코인 가격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면서 더욱 맹렬한 기세로 투기 광풍을 일으켰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으로 대표되는 가상 화폐는 기존 부의 축적 방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뒤엎었다. 시기를 잘 탄 누군가가 하룻밤새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는 소문은 시간이 지나 또 다른 누군가가 순식간에 빈털터리가 됐다는 소문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져만 갔다.
비트코인은 지난 2017년 폭등한 뒤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다 올해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중국의 가상화폐 투기 현상은 올해 다시 광풍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상하이, 베이징, 광동 등 다수 금융 감독 관리 기구는 코인 투기 광풍을 경고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가상 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정돈 작업을 단행했다.
블록체인 투기(炒区块链)
4차 산업혁명에 기여할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은 올해 중국 국가 발전 대상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블록체인에 쏠리는 투기 광풍은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했다. 실제로 올해 중국에서는 블록체인의 이름을 빙자한 불법 모금 활동, 사기 등 관련 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현재 중국에서 블록체인을 경영 범위에 포함하고 있는 등록 기업은 무려 3만 2000여 곳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로 해당 기술을 운용하고 있는 기업은 1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가 유행, 대세에 편승해 어설픈 금융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일부 플랫폼이 블록체인을 명분으로 행하는 불법 모금 활동의 가장 큰 폐단은 디지털 화폐에서 나타난다. 다수 프로그램에서 블록체인의 개념을 금융, 화폐 인식과 뒤섞어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어 블록체인 기술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대중들이 이 함정에 쉽게 빠져들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피규어 투기(炒娃)
피규어 투기를 뜻하는 ‘차오망허(炒盲盒)’는 중국 1선 도시인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에 거주하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일본 이른바 ‘오타쿠’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문화가 중국에서도 본격 대중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망허(盲盒, 블라인드 상자)’는 귀여운 아기 모형이 들어있는 피규어 장난감으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안에 어떤 디자인이 들어있는 지 알 수 없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같은 ‘미스터리’ 마케팅이 젊은이들의 계속되는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고 분석된다.
실제로 중국 중고 거래 플랫폼 셴위(闲鱼)에서 성사된 망허 거래는 누적 1000만 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정판 피규어의 경우 작은 제품 하나에 1000위안(16만 7000원)을 웃돌 정도로 비싸다. 희귀한 버전의 경우 원가 59위안(1만원)짜리 피규어가 40배에 달하는 2350위안(40만원)에 판매된 사례도 등장했다.
5G 스마트폰 투기(炒5G手机)
5G 스마트폰은 지난 8월 5일 중국에서 첫 제품이 출시된 이후 점차 일상 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제품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 다수 스마트폰 제조상은 5G 스마트폰에 열을 올리며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현재 중국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5G 스마트폰은 7개 기종으로 화웨이가 해당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비보도 이에 질세라 연속 두 가지 모델의 5G 스마트폰을 내놓았고 샤오미, 중싱도 앞다투어 자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5G 스마트폰 개념주도 점차 열기를 띄고 있는 추세다.
돼지고기 투기(炒猪)
올해 중국 전역을 강타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으로 생 돼지고기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폭등했다. 올 하반기에는 돼지고기를 비롯한 고기 가격이 상반기보다 3~4배 가까이 치솟아 전반적인 식품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일부 지역은 돼지를 타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금지했는데 이는 생 돼지고기 가격의 지역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돼지고기 투기는 이 같은 상황에서 돼지 사육 농민들이 할 수 있는 생존과 직결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중국 농업농촌부는 지난 7월 ‘돼지고기 투기 행위 방지 및 퇴치하고 생 돼지고기 양식업 생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통지’를 발표해 관련 투기 행위를 엄격히 단속했다.
마늘 투기(炒大蒜)
지난 2010년 100배나 넘게 폭등한 마늘 가격에 생겨난 신조어 ‘마늘이 너무해(蒜你狠)’ 현상이 올해 다시 한 번 반복됐다. 지난해 확대된 재배 면적으로 대폭 저렴해진 마늘 가격은 올해 재배 면적 감소로 이어져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마늘 가격은 지난해 3~4배 수준으로 올랐다.
중국 마늘의 주 생산지인 허베이, 허난, 산동의 마늘 가격은 이미 크게 오른 상태로 현재 고품질 마늘의 경우 한 근에 4.5위안(800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묘지 투기(炒墓地)
중국에는 ‘영혼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魂归故乡,落叶归根)’는 말이 있다. 죽음은 인생의 최종 귀착점이라는 중국의 전통 관념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그만큼 중국인들에게 인생의 ‘최종 귀착점’이 되는 묘지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최근 중국에서 묘지는 집보다 비싼, 죽기보다 무서운 존재로 여겨진다. 묘지는 가격의 등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강성수요(刚需)’로 수익성이 좋아 부동산 업계에서 부를 축적하기 좋은 아이템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묘지 산업은 현재 황금시대로 중국 대도시에서는 최근 5년새 10배 이상 가격의 폭등했다. 부동산 시장보다 더 높은 성장률이다.
하지만 묘지 산업 생태가 개방된 시장은 아니다. ‘묘지발행방’ 민정 시스템이 사업승인권을 독점하고 있어 개인이 개입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묘지 투기 기관은 평균 순이익 70% 이상으로 돈을 긁어 모으는 반면 개인 묘지 투기인은 묘지 가격이 크게 상승해도 약간의 이익만 챙길 뿐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묘지 가격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친환경 매장, 해장, 수목장 등 다양한 장례 방식이 갈수록 각광 받고 있다.
부동산 투기(炒房)
중국에서 집은 현대인들의 생활 강성수요고 집값은 현대인들의 단골 대화 주제라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부동산 투기에 몰두한 투자자들이 헛수고를 한 해라고 말할 수 있다.
올해 중국 당국의 부동산 시장 규제는 지방 자치 정책, 땅값∙집값∙기대치 안정이라는 두 가지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다. 두 정책은 부동산 투기인들에게 더 이상 부동산 시장이 밑지는 장사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줬다. 최근 출범한 중국 당국의 부동산 거시 정책은 집값 성장률을 둔화시켰고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중국 부동산 투기의 황금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말도 나온다.
P2P 투기(炒P2P)
P2P(개인 간 대출) 하면 중국에서는 ‘폭뢰(爆雷, 지뢰 폭발)‘, ‘거래 중단(崩盘)’, ‘투자자 피 같은 본전 날림(投资者血本无归)’ 등의 단어가 연상될 정도로 사회 각종 문제를 야기했다. 특히 최근 3년간 P2P의 폭뢰 현상은 매우 심각해 ‘P2P는 이미 죽었으니 일 있으면 종이를 태워라(P2P已死, 有事烧纸)’는 유행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결국 중국 관련 당국은 올해부터 칼을 빼 들었다. 엄격한 감독 관리 정책으로 영업 정지된 P2P 부실 기업은 올해만 1200여 곳에 달했다. 하루 평균 4개 이상의 기업이 문을 닫은 셈이다. 또, 지난달 말까지 정상 운영되는 P2P 온라인 대출 플랫폼 수는 456개로 지난 2015년 12월에 비해 87%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