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기업의 불량 행태를 중국 프로그램 ‘3∙15완후이(晚会)’가 지난 16일 중앙TV뉴스(央视新闻)에서 방영됐다. 올해는 특히 이미 사용한 양말과 속옷을 이용해 수건을 생산한 업체들이 다수 폭로돼 현지 누리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7일 펑파이신문(澎湃新闻)에 따르면, 매년 소비자의 날인 3월 15일 방영되던 ‘3∙15완후이’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4개월 늦춰진 7월 16일 방영됐다.
올해는 식품안전, 자동차 분야, 인테리어, 미용, 온라인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들이 폭로됐다. 프로그램의 지목을 당한 문제 기업으로는 버거킹, 통용우링(通用五菱), 완커(万科), 위안양홀딩스(远洋控股), 자오상터우커우(招商蛇口), 취터우탸오(趣头条), 하이슈에왕(嗨学网) 등이 있었다.
이중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곳은 신던 양말로 수건을 재생산한 업체들이었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중국 최대 수건 생산지인 허베이성 가오양(高阳) 일대 수건 생산 업체 10여 곳이 소독 과정을 거치지 않은 낡은 양말로 수건을 생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 가오양에서는 매년 50억 개의 수건이 생산되고 있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수건의 3분의 1에 달하는 양이다.
이들 공장에서는 자투리 원료, 입던 옷, 신던 양말, 입던 속옷 등을 기계로 파쇄해 면으로 재생산했다. 그렇게 생산된 면은 원사공장에 판매되어 원사로 제작됐다. 그리고 다시 수건공장에 팔린 뒤 최종적으로 새 수건으로 재탄생했다. 이 모든 과정 중 소독은 단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으며 판매된 원료에는 어떠한 경고성 정보도 표시되지 않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업체가 사용한 것은 ‘재생면’으로 새로운 면화보다 절반 가량이 저렴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된 수건은 국가 기준, 품질 검사 자격에 크게 미달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방직품 회사 충경리는 “이 같은 기준 미달의 수건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매년 5000만 위안(86억 1850만원)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방송이 나간 뒤 관련 기업들에게 거센 비난이 쏟아지자, 16일 밤 가오양현 시장감독관리 등 부처는 즉시 단속 작업을 진행해 관련 기업들을 철저히 색출하고 문제 제품을 생산한 업체, 관계자들을 모두 배제시키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누리꾼들에게 큰 충격을 준 곳은 버거킹이었다. 외국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지목된 버거킹은 음식 재료를 일부러 적게 넣고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사용했다는 등의 이유로 고발됐다.
실제로 프로그램 기자가 잠입한 장시성 난창(南昌)시 세 곳의 버커킹 매장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사용해 햄버거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매장에서는 지투이파이(鸡腿排, 치킨 다리로 만든 튀김)의 유통기한을 임의로 변경하기도 했다.
버거킹은 방송이 끝나기도 전, 공식 성명을 통해 문제가 된 매장의 영업을 중단하고 식자재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 상하이 등 일부 지역의 시장감독관리국은 즉시 직원을 파견해 버거킹 매장을 긴급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부동산 공룡 기업 완커(万科)의 집안 내부 부실 공사 및 바가지 비용, 인체에 치명적인 살충제 디디브이피(DDVP)를 양식장에 뿌린 해삼 양식 업체, 유저들에게 떼돈을 벌 수 있다는 허위 광고를 한 취터우탸오(趣头条), 변속 장치가 자주 오작동하는 바오쥔(宝骏)560 등이 프로그램을 통해 폭로됐다.
이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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