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상하이 96]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2020-10-16, 11:38:54] 상하이저널
마크 네포 저 | 박윤정 역 | 흐름출판 | 2012.11.13
마크 네포 저 | 박윤정 역 | 흐름출판 | 2012.11.13
마크 네포의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은 저자가 두 번의 암과 투병하고 극복하면서 써 내려간 에세이다. 1년 365일 매일 매일의 글. 저자는 이 책을 “자각을 위한 책”으로 표현하고 본문의 내용을 그대로 체험해야 했다고 서문에 적고 있다. 일기처럼, 또 짧은 소네트 형식으로 쓴 책을 봄에서 겨울로 또 여름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계절을 여행하듯이 읽었다. 그의 하루를 읽고 멈추고 느끼고 나를 돌아보며... 

일상은 생각보다 강력해서 멈추고 싶다고 바로 정지하지는 못한다. 아마도 암이 주는 육체적 고통이 마크 네포를 고요 속으로 이끌어 갔나 보다. 1월 “멈춤” 1월 1일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불교의 가르침 중에는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기 얼마나 어려운지 잊지 말라는 것도 있다.” 인간이 얼마나 고차원의 의식을 특권으로 가지고 태어났는지 알지만 늘 잊고 사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인간으로 살아가는 소중한 삶은 다시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자신이 지구를 거니는 가장 존귀한 생명체 가운데 하나임을 깨달은 지금 무엇을 하겠는가?

또 다른 날들... “ 앞이 보이지 않아도 먹을 줄은 안다. 길이 분명하지 않을 때도 심장은 변함없이 고동친다. “ 우리의 타고난 의무는 온전하게 나 자신이 되는 것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많은 시간을 타인들과 비교하는 데 허비한다. “진리를 발견한 보답은 정직한 존재를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에 대한 보답은 앎이 주는 평화이며, 사랑에 대한 보답은 사랑을 전하는 자가 되는 것임을.” 

“삶의 고통은 순수한 소금과 같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삶에서 경험하는 고통의 양은 똑같아.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고통의 정도는 고통을 담는 그릇에 따라 달라져. 고통이 느껴질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넓은 마음으로 상황을 인식하는 것뿐이야. 유리잔 말고 호수가 되어야 해 “ 타고르의 기탄잘리나 칼리 지브란의 예언자처럼 심오한 신과의 만남을 노래한 시나 찬송이 아니라서 비교하는 것은 격이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맑은 물속에 햇빛 비칠 때 보석처럼 반짝이는 조약돌을 하나하나 줍는 느낌이었다. 그 속에서 우리가 늘 알고 있어야 했지만 잊고 있는 감정, 느낌, 인식, 고통이 지혜로 단련되고 변해 있었다. 

이 책을 매일 옆에 두고 어떤 날이고 그저 골라 읽을 때마다 숲속의 작은 오솔길을 걷는 듯하다. 걸음걸음 옮길 때마다 내 발걸음이 더 힘차지고 더 험한 곳을 오르는 것도 두렵지 않게 된다. “ 모든 지혜의 전통에서는 고요하라고 가르친다. 고요가 우리의 쓸모없는 앎에 구멍을 내줄 것이기 때문이다.” 

마크 네포는 고요함 속에서 이렇게 여행을 했다. 12월의 마지막 날은 “나 여기 있어!” “ 인간성을 지워버리는 문화 속에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기쁘게 서로를 봐주는 사람이다.” 우리 모두는 “나 여기 있어~”라는 외치며 “네가 보여~”라는 타인의 외침에 응답해야 하는 존재라고 끝맺음을 한다. 

찬 바람이 가을을 알린다. 곧 나뭇잎 가득하던 나무도 텅 비게 되고 추수가 끝난 들판도 쉬게 된다. 특별히 이 책은 쉼 속에서 더 많은 깨달음을 주며 몇 번이고 읽을 때마다 좋은 울림으로 나를 일깨운다. 

김유경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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