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상하이 97]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2020-10-29, 15:37:03] 상하이저널
김신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김신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아들이 읽어보라며 건네준 책이다. 걱정이 좀 많은 편인 나는 이 책을 읽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아들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 고마웠던 책이기도 하다. ‘보노보노’는 일본 만화가인 이가라시 미키오의 네 컷 만화로 1986년부터 지금까지 연재되고 있다. 김신회 작가는 그 만화 속에 있는 가슴 따뜻한 대사와 철학적인 메시지를 본인의 일상생활에 접목해서 재해석하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발견한 ‘보노보노’ 속 주옥같은 위로의 문장들로 이뤄져 있다. 

‘다른 사람들하고도 같이 사는 법’, ‘꿈 없이도 살 수 있으면 어른’, ‘인생에서 이기는 건 뭐고 지는 건 뭘까’, ‘솔직해지는 순간 세상은 조금 변한다’, ‘완벽함보다 충분함’이라는 큰 타이틀 속에 작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세상은 여전히 잘 사는 법, 성공하는 법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 넘어진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넘어졌을 때의 얼굴을 지키는 일이다.
-내가 이렇게 사는데 이유가 있듯이 누군가가 그렇게 사는데도 이유가 있다.
-칭찬과 사랑은 같은 게 아니라는 것
-세월이 주는 장점 중 하나는 유연함
-어른이란 칭찬해 주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사는 사람이니까. 꿈 없이도 살아간다는 것, 그건 또 다른 재능이다.
-모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고 있다면 우리들은 뭐랄까, 굉장히 부지런한 거 아닐까?
-가장 멋진 사람은 꿈을 이룬 사람이 아니라,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꿈같은 거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가치 없는 삶이 되어버리는 건 아니니까.

또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노력해도 안 될 땐 포기해도 괜찮다고, 아무 일도 없는 것도 행복이라고, 남들이 다 하는 걸 못하는 나는 그 일이 나와 어울리지 않아 그런 거라고, 이런 나도 괜찮다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잔잔한 글 속에서 마음을 울리는 몇 개의 문장들을 적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책 소개가 되지 싶다.  보노보노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몰라도 상관없었다.  글을 읽다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 반복해 읽은 부분도 많았다.

마음이 힘든 사람을 위해 나름 한다고 했던 위로에도 편안해지지 않던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의아했던 일도 이 글을 읽으며 깨달았다. 난 위로를 한답시고 나 잘난 척을 했었다는 걸. 져도 살아가야 하는 인생이라 그걸 이겨낼 힘이 있고, 그래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걸.

늘 뭔가를 추구해야 하고, 꿈을 꾸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안 될 때, 하고 싶지 않을 때, 난 왜 이럴까?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마음의 부담이,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 이런 나라도 괜찮구나' 하고 위로를 받았다. 추운 겨울, 마음에 따뜻한 난방기구 같은 책이다.

황은영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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