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저널 창간 21주년 기념 기획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넘는 사람들
⑤임수정 자원봉사자(구베이 1기)
“나설 수 있어, 도울 수 있어 행복했어요”
코로나19가 불러왔던 예기치 못한 다양한 상황들, 자원봉사자 몇 분들의 수고와 희생이 수 천명 교민들의 안전과 편리를 도왔다. 비상대책위원회의 솔선수범은 여기저기 손들고 나서준 교민들의 자원봉사로 연계됐다.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의 한국 이웃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시작했던 자원봉사는 귀국 주민 등록, 격리자 방역 지원, 물품 배송까지 이어졌다.
비대위를 중심으로 27개 지역에 구성된 자원봉사자들, 이들의 활약에 중국인 주민들의 박수가 절로 나왔다. 이 중 한국인 거주자 많은 명도성 1기 자원봉사자 대표 임수정 씨는 비대위 중심의 자원봉사자가 구성되기 전부터 명도성 한국 주민들을 위해 발로 뛰며 직접 방역 위생, 입국자 규정 등 정보 수집에 나서면 이웃들의 상하이 귀국을 도왔다.
한때, 명도성 중국인 주민들이 한국인들의 진입을 막아야 한다며 위화감이 돌 때도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소통, 화합은 중국인 주민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한 한국인이 보안아저씨에게 식품을 사주었다. 특별한 시기에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은 면역을 증진시키는 한 첩의 보약과 같았다.”
임수정 씨는 단톡방에 올라온 중국인 주민의 말과 변화에 봉사의 보람을 느꼈다는 것. 코로나19 기간 봉사에 나선 이유, 그녀에게 봉사는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 이유?
비대위에서 마스크를 배포하는 것을 보고 마스크 자원봉사자로 지원했다. 그런데 14일 격리 규정에 묶여 참여하지 못했다. 며칠 후 갑작스럽게 한국이 코로나 확산으로 심각해져, 명도성 집주인들 단톡방에서 한국 주민들에 대한 반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위험하다고 느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국상회 박상윤 회장님께 이 상황을 알렸다. 이후 한국상회는 교민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 총영사관에 협조를 구하고 홍차오전 정부를 방문하는 등 대처해 나갔다.
2월 중순, 당시 한국에 머물고 있던 지인들이 각 아파트 단지 상황을 물어왔다. 정확한 정보도 없었고, 아파트마다 상황도 제각각이었다. 명도성은 물론 구베이 인근 아파트 관리소를 찾아 다녔다. 직접 문의해 확인된 상황을 모멘트에 올렸다. 모르는 부분은 한국상회에 문의하며 소통했다. 어떤 방역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확한 정보와 지침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시기에 비대위를 중심으로 입국 교민들을 위한 아파트별 규정과 격리 지원이 필요해지면서 자원봉사자를 구성한다는 연락이 와서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
코로나19 기간 유난히 한국인들이 많은 명도성 1기를 비롯 구베이 지역 교민들의 격리생활을 지원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들,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중국 주민들의 반감 속에서 자원봉사자로 나서 준 분들이 많다. 직접 주민위원회, 명도성 주민들과 소통하며 함께 300~400명의 격리 지원을 도왔다. 특히 배송 봉사를 도와준 분들과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낸 기억들이 생생하다.
가장 고마운 분은 단연 명도성에 거주하는 조선족 최미라 사장님이다. 중국 주민들의 반감이 큰 상황에서 한국 주민들 편에서 서서 격리 기간 도와야 한다고 나서주셨다. 또 중국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배송봉사를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또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전달할 수 있도록 밤낮 없이 주민위원회와 관리소 담당자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함께 방문하고 연락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지침을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주셨다. 제가 자원봉사자로 앞장서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최미라 사장님 덕분이다. 남편 분이 편찮으셔서 매주 한 두 번 응급실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정말 자신 몸을 돌보지 않고 이끌어준 분이다. 정말 감사하다.
다음으로는 우리 단지 내 한국 배송 봉사자님들이다. 신진희, 이희숙, 허미경, 김미형, 배은주, 장지희, 신현주 님.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또한 한국상회와 비대위 분들에게 감사하다. 박상윤 회장님, 박상민 위원장님, 류제영 부회장님, 선우공현 부회장님을 비롯 현장에서 정보를 가장 많이 공유해준 봉현준 부회장님, 박창주 사장님께도 감사드린다. 급한 환자가 있을 때 밤낮으로 연락을 받아주신 홍성진 원장님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 명도성 주민위원회와 관리소 관계자 분들과 보안아저씨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어려웠다. 모두가 함께 해낸 일이다.
많은 시간을 내야 하므로 쉽지 않았을 텐데 가장 힘들었던 일은 어떤 것이었나?
샤오취(小区) 단톡방을 만든 후 당시 상황을 전혀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한국상회 추천으로 직접 주민위원회를 찾아가 방역 통역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방역 격리 규정 등을 파악하고 그것을 요약해서 정확한 정보를 글로 작성해 전달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또한 격리 가정이 너무 많아 배송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위원회 서기와 관리소장, 최미라 사장님과 미팅을 하고 구베이 한국 마트(G마트, 낙원식품)와 단지 내 식당 두 곳의 직접 배송이 가능하도록 극적으로 협의해냈다.
중국 주민 자원봉사자와 한국 주민 자원 봉사자들이 함께 나서 배송을 시작하면서, 이런 모습들이 단지 내 중국인 주민들의 반감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자신에게 봉사는 어떤 의미인가?
“엄마 좋아하는 일 하고 계시네요.”
코로나19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군대에 있는 큰 아들이 전화로 이렇게 얘기했다. 코로나로 온라인수업하면서 집에서 힘들었을 작은 아들도 방역•격리 봉사를 하고 저녁 때 들어오면 엄마를 걱정하고 격려했다.
저를 잘 아는 아들들처럼, 남들은 봉사하느라 힘들겠다고 하지만 기쁘고 행복했다. 사람마다 행복의 포인트가 다를 것이다. 저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베풀 때, 나로 인해 상대방이 기뻐할 때 행복을 느낀다. 나에게 봉사는 곧 행복이다. 이 시기에 한국인들을 위해 나설 수 있어 감사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또 감사했다. 자원봉사를 하는 기간 가족은 물론 이웃들도 모두 안전하게 보낼 수 있어 더 감사했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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