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in 상하이] 눈물

[2021-04-23, 10:16:11] 상하이저널

‘모든 감정의 끝은 눈물이다’는 아일랜드 속담이 있다. 엊그제 치매 할아버지가 자신의 마지막 꿈인 발레를 배우는 드라마를 보다가 드라마 내내 여기저기서 울었다. 막내 아들이 아버지의 치매를 아는 순간 울고, 회사에 일이 터져 고군분투하던 큰아들이 알게 되는 순간 울고, 아버지를 찾다가 만나는 순간 울고, 할아버지의 마지막 발레 엔딩에서 울었다. 

‘날아 오를 수 있어’라는 말을 해주고픈 내 주위의 수많은 이들이 생각 나 또 울었다. 실수와 유리 멘탈로 망쳐 버린 시험 때문에 엉망이 된 막내를 생각하며 이 아이가 가진 재능이 얼마나 귀한 지 알기에 또 울었다. 그리고 마음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울라 말해 주었다. 잠도 잘 온다고도 말해 주었다. 

비단 막내뿐 아니라 내 주위에 울고 싶은 이들이 너무 많아 울고 싶으면 울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눈물이 더 성장시키고 좀 더 단단해져 다음으로 갈 수 있게 한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지금은 울고 있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며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꼭 말해주고 싶은 날들이다. 사실 나도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좌절하며 울며 감동하며 울면서 성장했고 지금에 와 있다. 

슬프거나 감동적일 때 자주 울곤 한다. 좋은 영화, 책을 보며 또 운다. 우는 걸 창피해 본 적도 없고 누가 운다고 타박해 본 적도 없다. 가식적인 눈물이 아닌 이상 눈물이 주는 치유를 경험했고 내 눈물의 가치를 알기에 다른 사람의 눈물도 무게를 달아 준다. 

오늘 또 울 일이 있어서 울었다. 곁에 있던 잘 아는 누군가가 갑자기 사라지는 낯선 경험이 너무 슬프고 어이 없어서 울었다. 학교에서 돌아 온 막내도 돌아오자 마자 저녁 준비하는 날 뒤에서 껴안는다. 함께 조용히 울며 기도했다. 울고 싶을 땐 우는 거다. 우리는 모두 잘 울고 다음으로 가는 법을 배워가는 중인 듯 하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는 울어도 눈이 좀 붓는 것 빼곤 괜찮았다. 50을 넘기니 많이 울고 나면 눈병이 나려 한다. 며칠 무리를 했더니 눈에 다래끼가 나 한참 치료를 했는데 요 며칠 계속 울었더니 눈병이 도지려 한다. 이젠 나이가 드니 울고 싶을 때 울지도 못하겠구나 싶어 속상하다. 한참을 울고 나니 눈은 부었는데 정신은 맑다. 다시 또 할 일을 시작한다. 오늘 흘린 눈물의 힘을 믿는다. 오늘 흘린 눈물이 내일을 만들어 가리라.

Renny(rennyhan@hanmail.net)  

<아줌마 이야기> 코너가 올해부터 <허스토리 in 상하이>로 바뀌었습니다. 다섯 명의 필진들이 상하이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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