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or 침해? NFT 예술의 양면성

[2022-02-07, 07:19:04] 상하이저널
최근 MBC에서 국내 방송사 최초로 NFT를 발행하여 화제가 되었다. 그중 MBC의 대표적인 콘텐츠인 무한도전에서 방영되어 유명한 밈(meme)인 ‘무야~호~’ 영상 클립의 NFT 상품은 경매에서 300만 원에서 시작하여 결국엔 950만 원 가량에 낙찰됐다. 해당 클립은 “무한~도전!”을 외치려던 것을 얼떨결에 “무야~호~”라고 외쳐버린 알래스카 한인회 회장님의 발언을 담은 장면이다. NFT란 당최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이런 큰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일까?
 
“무야~호~” 밈은 각종 패러디에 사용되며 ‘신난다’는 의미로 사용돼 왔다(MBC 아카이브)

NFT 예술이란?

최근 화두에 오른 NFT는 그 화제성에 비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Non-Fungible Token, 즉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의미의 NFT는 간단하게 말해 그림과 영상 등의 디지털 파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일종의 ‘시리얼 넘버’를 부과하는 것이다. 여태까지의 디지털 파일은 누구나 복제 가능한 것으로, 원본에 대한 개념은 거의 없었다. 

누군가가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동일한 사진 파일들 중 자신의 것이 원본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소리는 헛소리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NFT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파일의 경우 작품의 제작자, 소유자, 그리고 거래내역까지 모두 기록하기 때문에 함부로 변경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복사를 하더라도 원본의 번호와는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완전한 복제 또한 불가능하다. 디지털 파일에 복제와 변경이 불가능한 고유성을 부여함으로써 그러한 말의 진위성을 가려내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NFT 이미지(출처: Freepik)

이 때문에 NFT 기술은 저작권 침해로 오랫동안 골머리를 썩여온 예술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개념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복제와 원작은 대척점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NFT 예술은 이러한 전통적인 관념을 깨부순다. 예를 들어 NFT 예술작품을 구입한 사람은 그것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놓을 수가 있다. 또한 해당 홈페이지의 방문자들이 그것을 복사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예술작품은 이러한 방식으로 저작권 침해를 당해왔지만, 이에 대해서 손쓸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NFT 기술이 디지털 예술작품의 구입자들에게도 ‘정당한 소유권’을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현상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NFT 작품은 화랑을 거치지 않고도 대중에게 직접적인 판매가 가능하다. 이러한 NFT 작품의 특성은 아마추어 예술가들에게도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며, 예술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주었다. 이러한 NFT 기술이 예술계에서 환영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NFT 작품 거래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알리바바 그룹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 그룹의 경우 ‘징탄(鲸探)’이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설하여 음악 및 박물관 유물 3D 모형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NFT 상품을 발행하였다. 그중 지난해 6월 발행한 NFT 결제 코드 스킨(付款码皮肤)은 알리페이 결제 시 결제 코드 위에 나타나는 것으로, 일정 기간 이후 타인에게 상품의 양도는 가능했으나, 구매하더라도 저작권이 넘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상업적 용도로도 사용이 불가하다. 
 
좌: 알리페이가 둔황미술연구소와 협력해 출시한 NFT 상품 우: NFT중국 플랫폼에서 판매중인 ‘우주 전투 비행선 독수리호’ NFT 상품(百度,NFT中国)

거래 방식 면에서 살펴보았을 때, 징탄의 경우 컨소시엄 블록체인(联盟链) 범주에 포함되는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蚂蚁链)을 사용한다. 텐센트 또한 같은 범주에 포함되는 블록체인(至信链)을 사용 중에 있다. 반면에 지난해 5월에 플랫폼을 개설한 NFT중국 플랫폼의 경우 가상화폐인 이더리움(以太坊)블록체인을 사용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징탄의 경우 관련 사용자 일부만이 작품 창작이 가능하지만, NFT중국 플랫폼은 사용자 누구나 작품을 창작할 권리를 부여된다는 것이다. 해당 플랫폼은 현재 중국 최초이자 유일한 탈 중앙화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으로, 저작권을 양도받아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을 지닌 NFT 상품을 판매하는 유일한 플랫폼이다. 그러나 NFT중국 또한 작품 거래 시 가상화폐가 아닌 법정화폐인 위안화로 결제가 진행된다. 

그렇다면 중국의 NFT 예술작품 거래 플랫폼 대부분이 상업적 용도로의 이용이 불가능한 상품을 발행하고 있으며, 암호화폐가 아닌 법정화폐인 위안화로 결제가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NFT가 아닌 디지털 수집물(数字藏品)

중국에서 NFT 상품이란 표현은 자주 쓰이지 않으며, 대신에 ‘디지털 수집물(数字藏品, digital collectibles)’이라는 표현이 더 자주 쓰인다. 실제로 빅 테크 기업들 대부분의 NFT 상품 판매 홈페이지에서는 NFT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찾아보기가 힘든데, 이것은 최근 IT업계에 가해진 강도 높은 규제를 가하는 중국 당국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가상화폐의 채굴과 거래를 자본 시장의 불법 행위로 인식해 집중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지만, NFT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가상 자산을 통한 투기나 자금 세탁과 같은 현상의 방지를 위해 NFT 상품을 수익을 위해 되파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NFT 상품의 구매는 가능하지만 그것을 되팔아 차익 실현을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위법행위라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NFT와 중국 밖에서 거래되는 NFT의 큰 가장 큰 차이는 지불에 이더리움(ETH)과 같은 암호화폐가 아닌 법정화폐인 위안화가 사용된다는 점이며, 만약 중국에서 NFT가 발전하게 된다면 디지털 위안 결제에 대응될 가능성도 있다. 

비록 중국 당국은 투기의 여지가 있는 NFT에 대한 규제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지만, NFT가 지닌 가능성까지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9월에 2022년 항저우에서 개최될 아시안게임을 기념하는 공식 NFT 토큰을 발매한 것이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의 공공기관에서 NFT를 발행한 첫 사례로, 성화를 모티브로 한 약 2만 개의 NFT 토큰은 알리페이 상에서 개당 39위안(한화 약 7천 원)에 판매되었다. 또한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新华社)은 지난 12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한정판 NFT 11만여 개를 발행하여 무료로 배포한 바가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기자들이 촬영한 사진들 중 선별된 11장을 사용하여 제작된 해당 NFT 컬렉션은 중국 정부가 승인한 텐센트의 블록체인 을 통해 발행됐다. 
 
좌: 아시안 게임을 기념하는 공식 NFT 토큰, 우: 신화통신에서 선별해 NFT 컬렉션으로 만들어진 11장의 사진 중 하나(百度)

NFT 예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그 허점 또한 확연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테면 앤디 워홀의 작품 중 5점이 NFT 기술을 통해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진 것이 43억 원에 낙찰된 경우가 그렇다.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촬영하여 이를 NFT로 등록하면 전부 디지털 예술 작품이 되는 걸까? NFT를 작품의 원본성을 입증하고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증하는 장치라고 본다면, 현존하는 작품의 이미지 파일을 NFT로 등록하여 판매하는 것은 원작의 진본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영국의 거리 예술가 뱅크시는 자신의 작품을 NFT로 등록 후 작품의 원본을 불태운 바가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계의 새로운 기조로 부상한 NFT 예술은 이렇듯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겨 주고 있다. 

학생기자 유수정(저장대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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