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쌤 교육칼럼] 꿈은 지도다

[2022-08-13, 07:25:07] 상하이저널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달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사흘이면 갈 수 있다는 달을 무려 4개월 반이나 돌아서 가는 이유는 연료를 아끼기 위해서다. 지구에서 38만 킬로 떨어진 달로 곧장 가지 않고 156만 킬로나 멀리 심우주를 돌아서 가는 게 연료가 덜 드는 까닭은 행성의 중력과 공전의 힘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는 이 중력 도움 항법(gravitational assist 혹은 swing-by)을 최초로 상상한 사람은 누구일까?

알렉산드르 샤르게이는 1897년 우크라이나의 작은 오두막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샤르게이가 다섯 살 때 황제의 경찰에게 잡혀가 정신병원에 수용되었고, 그가 열세 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마저 죽었다. 그는 할머니와 어렵게 살았지만 우크라이나 최고의 공대에 합격한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그는 입학한 지 두 달 만에 황제의 군대에 징집되어 전쟁터로 끌려갔다. 생지옥 같은 최전선에서 샤르게이는 달로 직접 사람이 가서 탐사하는 전략을 구상한다. 


달 왕복 탐사 방법을 생각해낸 비운의 천재 샤르게이는 자신이 우주 시대에 얼마나 크게 기여할 지 모르는 채로 죽었다. (출처-‘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전쟁이 끝났지만 샤르게이처럼 백군 즉 반혁명파 군대에서 싸웠던 사람들은 “인민의 적”으로 간주되어 날품팔이조차 하기 힘들었다. 샤르게이는 죽은 남자의 서류를 도용해 유리 콘드라튜크로 살아가기로 한다. 다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그는 1942년 2월 밤 오카강 방어선에서 행방불명 되었다. 비록 그의 길지 않은 삶은 그렇게 끝났지만, 그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쓴 <행성 간 공간의 정복>은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를 포함하여 우주선이 행성에서 행성으로 건너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닐 암스트롱은 달 여행에서 돌아온 이듬해, 우크라이나에 있는 콘드라튜크의 허름한 오두막을 찾아간다. 그는 무릎을 꿇고 오두막의 흙을 한 줌 떠내서 가져갔다고 한다. 

1997년 발사되어 2004717년에 걸친 행성 간 항해 끝에 카시니-하위헌스 호가 토성계에 진입했다. 20174, 연료가 떨어져 토성으로 뛰어들기 전 마지막으로 전송한 엔켈라두스(토성의 위성 중 하나)의 모습. (출처-‘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칼 세이건의 표현대로 별의 찌꺼기로 만들어진 인류가 별에 대해 숙고할 수 있게 된 역사는 매우 길다. 지구가 둥글다는 걸 맨 처음 알아낸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BC384~322)다. 그는 월식이 일어날 때 지구의 그림자가 달에 비치는 것을 보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눈치챘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서가에는 이미 지동설을 주장한 천문학자의 저서가 소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그의 기록은 일일이 양피지에 베껴 쓴 50여만 권의 다른 책들과 함께 소실되었지만,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우리집 화이트보드 한 귀퉁이에 써 두었다. 그의 이름은 아리스타르코스(Aristarchos)다. 그 도서관 관장을 지낸 에라토스테네스(BC276~196)는 기둥 그림자와 낙타의 걸음 수를 이용해 지구의 둘레를 계산해 냈다.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40,233km가 된다. 놀랍게도 오늘날 측정한 40,073km에 거의 근접한다.  

아리스타르코스는 망원경도 없던 시절에 어떻게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공전한다는 것을 알았을까? 에라토스테네스는 우리가 늘 걷고 앉아 있는 이 지구의 둘레를 어떻게 재볼 생각을 했을까? 아니, 대관절 왜 그게 궁금해졌을까? 샤르게이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어떻게 행성 간 여행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우리가 늘 보는 것은 익숙하고 당연해서 질문하기가 쉽지 않고, 우주나 먼 미래는 당장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누군가는 궁금해하고 질문하고 상상한다. 그리고 꿈을 꾼다. 그 꿈만큼 인류는 진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인재를 키울 꿈을 꾸고 있는가?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김건영
-맞춤형 성장교육 <생각과 미래> 대표 
-위챗 kgyshbs    
-thinkingnfutu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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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학생들에게 신문읽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고 미래를 준비하는 생각의 힘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누리 호 발사 소식은 미래를 준비해야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뉴스라 생각하기에 따로 정리해서 부모님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후속 글에 관심 있는 분들은 QR코드로 들어오세요. 앞으로 종종 부모와 자녀가 미래를 함께 생각해 볼만한 내용도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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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아이들과 책 읽고 토론하며 글을 쓴다.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 코칭과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청소년 인문캠프, 어머니 대상 글쓰기 특강 등 지역 사회 활동을 해왔으며, 도서 나눔을 위한 위챗 사랑방 <책벼룩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상하이저널과 공동으로 청소년들의 진로탐색을 위한 프로젝트 <청미탐>을 진행하고 있다. 위챗 kgyshbs / 이메일 thinkingnfuture@gmail.com / 블로그 blog.naver.com/txf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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