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간장 게장을 자주 먹으러 다닌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내가 나서서 간장 게장을 먹으러 가는 일은 없었는데, 최근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계속 생기고 있다.
중국 친구들과 한국 식당을 갈 땐 항상 고깃집이었다. 10년을 넘게 만나고 있는 친구들이니 홍췐루 일대에 있는 고깃집은 거의 다 가봤다. 고깃집뿐이랴 짜장면 집 순댓국집 떡볶이집 거의 모든 곳을 가봤는데, 유일하게 안 가 본 곳이 바로 이 간장 게장 집이었다. 내가 안 좋아해서가 아니고 중국 친구들이 안 먹기 때문에 갈 일이 없었다. 그러다 올해부터 친한 중국 친구들을 만날 때는 물론 일 적으로 만난 사람들과 밥을 먹으러 갈 때도 이젠 고깃집보다 간장 게장 집을 더 많이 가고 있다. 어디서 식사를 할지 상대에게 의사를 물으면 다들 ‘장셰(酱蟹)’를 먹고 싶단다.
‘간장 게장이 또 어디서 매스컴을 탔나?’
처음 중국 친구들이 간장 게장을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몇 번 이고 되물었다. 고추장에 버무린 건지 아니면 간장으로 담근 건지 자세히 물어보고, 상하이 다자셰(大闸蟹)로 담근 거랑은 맛이 완전히 다르다는 설명도 곁들이며 분명 뭔가를 잘 모르고 얘기했을 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설명했다. 역시나 막상 먹으러 가니 먹고 싶다는 의지를 내 빛 췄을 때처럼 전투적인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무지하게 조심스럽게 간장 게장을 맛보았다. 그래도 맛있단다. 어디서 봤다며 간장게장 껍데기에 밥을 비벼 먹고는 엄지 척을 한다. 나는 평소 맛없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도 잘 먹는 편이라 분위기에 맞춰 평소처럼 잘 먹었다.
홍췐루 어느 식당을 가니 간장 게장뿐만 아니라 간장 새우도 인기 메뉴였다. 새우는 냄새가 안 날까 싶어 하나 먹어봤지만 역시 나는 이쪽은 아니었다. 간장 게장을 중국인들로 이루어진 여러 팀과 가 보았지만 고기를 먹을 때보단 굉장히 조심스럽고 조금만 먹는다는 걸 알았다. 특히나 한여름엔 조심해야 한다며 간장 게장 한 마리를 시켜서 4~5명이 나눠 먹는다.
최근 텐산루쪽에 한국 간장 게장집 2호점이 문을 열었다. 그 근처 사는 중국 친구가 먹으러 가자고 해서 며칠 전에 다녀왔다. 저녁 6시가 되니 테이블이 하나 둘씩 채워지고 7시엔 만석이 되었다. 우리는 4명이서 간장 게장은 한 마리, 그리고 만장일치로 굴전을 시켰다. 살짝 둘러보니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테이블에서 굴전을 먹고 있었다. 역시 날 것보단 익힌 것을 더 선호하긴 하지만, 시도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중국 친구들과 한국 식당을 가면 항상 듣는 얘기가 한국 식당은 메뉴가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홍췐루에 고깃집이 많으니 한국 사람들은 고기 밖에 안 먹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이제는 한국 음식 메뉴가 적은 것이 아니고 너희들이 먹을 수 있는 게 적었던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중국 친구들이 다양한 한국 음식을 좋아해 줘서 고맙긴 한데, 간장 게장 한 번 먹었으면 고기도 한 번 먹으러 가고 싶구나.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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