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상하이 172] 뉴턴의 아틀리에

[2023-01-07, 06:19:43] 상하이저널
김상욱, 유지원 | 민음사 | 2020년 5월
김상욱, 유지원 | 민음사 | 2020년 5월
이 책은 예술을 사랑하고  미술관을 즐겨 찾는 다정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와 과학학회와 논문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영감을 얻는다는 타이포그래퍼(서체 전문가) 유지원이 공동으로 쓴 책이다.  

과학과 예술, 두 시선의 다양한 관계 맺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창의력은 서로 다른 분야들 간의 소통에서 피어난다던 저자들의 말대로 26가지 주제를 다룬 두 작가 각각의 예술과 과학이 교차하고 스며든 이야기들은 매우 독창적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며 나는 놀라워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고, 읽는 중간에는 “미쳤다...”라고 감탄했다. 역시 이어령 작가도 ‘경이롭다!’ 로 추천의 말을 시작했고, 나는 ‘맞네, 맞잖아. 경이로움이’ 하며 읽었다. 

물리(物理)는 시(詩)다. 사물의 이치는 때로 단 한 줄의 수식(数式) 이나 한마디 문장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우주의 시’라 부른다. (김상욱) 이런 글들이 여기저기 막 나왔으니 말이다.

서평을 쓰려고 다시 읽은 두 사람 각각의 프롤로그에서 난 새롭게 두 작가가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됐는지의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또 이 두 작가 자체에 더 궁금함을 많이 갖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야? 궁금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김상욱과 유지원은 내게 매력적이다. 

감탄했던 내용 중 몇 가지만 그대로 맛 보여주고 싶다. 

- 우연히 살바도르 달리의 특별전을 보고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밑으로부터 치고 올라와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달리는 나를 초현실주의로 인도 했다. 유럽에서 초현실주의의 비현실적 꿈이 그려지던 시기, 물리에서는 양자역학이 탄생했다. 양자역학은 원자의 세계가 상식과 직관을 넘어 비현실적인 꿈같다고 말해준다. 양자역학과 초현실주의가 1920년대 중반에 유럽이라는 동일한 시공간에서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현대미술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이다. ( 김상욱)

- 작품 <고동치는 방>에서는 나의 심장 박동이 센서를 통해 커다란 장 전체에 빛과 소리로 울렸다. 방에 있던 다른 관객들은 그 박동을 공간 속에서 경험한다. 인간은 단지 숨을 쉬고 심장의 공동을 울리는 것만으로도 다른 누군가에게, 그리고 지구 전체의 대기와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전시장을 나서면 나와 무관하고 분리된 개체라고만 여겼던 타인들이 새삼 새로운 네트워크 속에서 다시 보인다. 우리 모두는 생체에너지의 파동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나의 호흡 하나, 말 한마디가 지구의 대기에 영구적인 각인을 축적한다는 자존감과 경각심을 갖게 된다. (유지원)

- 인간의 뇌가 세상을 이야기로 인식하다 보니 세상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특성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은 언어를 창조하고, 언어는 추상적인 의미마저 만들어 내고, 결국 우리는 존재하지도 않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종이 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삶과 예술의 의미에 대한 의문의 답은 우리의 뇌 속에 있을 것이다. (김상욱)

-나는 유머 감각이 깃든 진지한 글자체를 좋아한다. 트리니테(Trinite: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아름다운 로마자 폰트 중 하나)가 서정적인 조화로움, 절정에 다다른 우아함을 보여준다면, 렉시콘(사전의 타이포그래피용으로 디자인하느라 가독성을 또렷이 높인 폰트)은 부지런히 일하는 우리의 일상을 차분하고 쾌적하게 만들어 준다. 인간을 소외하는 경제 논리나 뻣뻣한 행정 논리만을 따르면 이렇게 글 읽는 사람의 편의를 곱게 살핀 글자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생의 모든 순간에 충만한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여유 넘치는 이 원숙함과 화창함을 보면 마음이 인류애와 평온함으로 가득해진다. 나는 이런 인간미에 유머가 깃든다고 느낀다. (유지원)

미술과 과학과 수학, 시, 언어, 우주에 관한 재미난 볼거리와 이야기가 가득해 많이 설레기도, 벅차기도, 감탄하기도 많이 했던 책이다. 

홍현주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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