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상하이 188] 신영복의 마지막 강연 ‘담론’

[2023-04-17, 06:40:29] 상하이저널
신영복 | 돌베개 | 2015년 4월
신영복 | 돌베개 | 2015년 4월

“독서를 잘하는 것, 즉 참다운 정신으로 읽는 것은 고귀한 운동이며 어떤 운동보다도 독자에게 힘이 드는 운동이다…… 발돋움하고 서듯이 하는 독서, 우리가 가장 또렷하게 깨어 있는 시간들을 바치는 독서가 참다운 독서인 것이다."

친구가 보내준 이 글귀에 이 책을 운동하듯이 또렷이 그렇게 읽어보기로 작정한다.  

<담론>은 신영복 선생님의 성공회대학 강의를 녹취한 원고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으로 시경과 초사, 주역, 공자와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법가와 한비자 등의 고전 공부를 통해 우리의 존재와 삶은 우리가 맺고 있는 수많은 관계으로부터 생성되고 그 중심에 양심을 두어 세계 인식 틀을 열려 있는 것으로 만들어 변화와 탈주로 가야 함을 일깨워 준다.  

2부는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로 수형 생활을 하면서 체험한 것과 품었던 생각들을 1부의 고전에서 언급된 내용들과 엮어서 생생하게 풀어낸다. 다름의 인정인 관용, 톨레랑스를 뛰어 넘어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여 자기 변화로 이어지는 유목주의, 노마디즘을 강조한다.

중국 역사지식이 없어 책을 읽어 내기 쉽지 않았다. 이 책에 언급된 하, 은 주, 춘추 전국시대로 이어지는 사상과 인물을 관련 책들을 찾아가며 읽는 시간이었다. 일독으로 이 책을 말하기엔 역부족이다. 고전 독서는 먼저 텍스트를 읽고 그 다음 텍스트의 필자를 읽고, 최종적으로 독자 자신을 읽는 ‘삼독’이어야 한다고 한다.

만기가 없는 무기수의 경우는 하루하루가 무언가 의미가 있어야한다고 한다. 하루 하루가 깨달음으로 채워지고 자기 자신이 변화해 가야 그 긴 세월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선생님이 긴 수형 생활 동안 자살 하지 않은 이유는 겨울 독방에서 만난 신문지 만한 햇볕의 따스함과 하루하루의 깨달음과 공부라고 한다. 

사랑의 블랙홀의 빌 머레이는 반복되는 날들에 처음엔 화를 내고 악동 짓을 하다가 자살기도도 하지만 나중엔 상황을 받아들이고 자잘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우며 점점 선량하게 변해간다. 결국 사랑도 얻게 되고 오늘이 아닌 진짜 내일이 된다. 

담론엔 선생님의 많은 성찰과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각자가 또 읽을 때마다 알게 되고 느끼는 것은 다를 것이다. 선생님이 말씀한 머리-가슴- 발로 가는 여정에서 낡은 생각과 고정된 사고가 조금이나마 깨트려져 변화와 실천으로 가는 길목에 있기를 바라본다.

한비자의 졸성(拙诚, 어리석고 졸렬하지만 성실한 삶)은 조급함을 가라 앉히라고, 겸허하라고, 욕심을 내지 말라고 일러 준다. 석과불식의 지혜는 씨앗으로 남더라도 어느 날 새봄의 싹이 되고 나무가 되고 숲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언젠가는 피는 꽃이라고, 자기의 존재 이유: 자유自由를 가지며 살아가라 위로를 건넨다. 힘을 얻는다.

양해자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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