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in 상하이] 봉주흐 상하이

[2023-08-02, 16:34:01] 상하이저널
 
살면서 한번도 오십이 가까운 나이가 되어 중국어를 배우며 중국에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요즘은 매일 '듀오링고'라는 앱으로 중국어에 더해 불어를 배우고 있다. 

7년 전 상하이에 올 때 작은 아이는 4학년이었다. 한국에서는 공부에 흥미 없어 하더니 국제학교를 다니며 놀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도 익히며 1년을 정말 즐겁게 다녔다. 1년이 지나고 나니 졸업 때까지 자비로 국제학교 학비를 내는 게 너무 버거울 거 같았다. 주변에 프랑스 학교에 다니는 집이 있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해서 우선 가보고 마음에 들면 불어를 공부하고 보낼 생각에 학교에 가 봤다.   

눈이 부리부리한 선생님이 아이에게 프랑스 학교에 온다면 잘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아이는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다가 ‘상하이에 처음 왔을 때 내 영어 수준이 바닥이었는데 열심히 배워서 지금 잘하게 되었으니 불어도 그렇게 배울 수 있을 거 같다’고 답했다. 나오면서 아이는 학교가 하이스쿨 뮤지컬에 나오는 그 공간처럼 생겼다며 학교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면접을 한 선생님은 불어가 배우기 쉬운 언어가 아니니 옮기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옮기는 게 좋을 거라는 조언을 해줘서 바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입학 조건이 부모가 프랑스인이거나 프랑스에서 관련된 일을 한 경우 우선적으로 한다고 하고 프랑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이 입학한 경우는 거의 없는 듯했다. 이후로는 학교의 방침이 바뀌었는지 최근에는 프랑스인이 아니어도 프랑스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면접을 통해 입학이 가능하다. 

상하이의 프랑스 학교는 학비가 다른 국제 학교의 반 정도이다. 프랑스 정부에서 보조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 시설은 극장, 실내운동장, 수영장이 있고 식당이 넓고 디저트로 과일 요거트 치즈 등이 나올 정도로 메뉴도 다양하다. 또 영어 중점 섹션도 있어서 불어와 영어를 동시에 잘 배울 수 있다.

아이는 가족 중에 자기만 프랑스어를 말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언젠가 프랑스에 가서 가족을 위해 초코 아이스크림 네 개를 주문하겠노라며 신나했다. 하지만 사춘기를 겪으면서 프랑스 문화가 한국 문화와 너무 다르다며 갈등도 있었다. 아이들이 방학마다 바캉스를 떠나고 방학 때 공부를 하면 이상하게 생각한다며 엄마가 학교에 다녀봤으면 좋겠다고 울기도 했다.    


최근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불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불어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불어뿐 아니라 학교에 관련된 일들이나 프랑스의 역사나 지방에 대해서 설명해 주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선생님 말씀이 프랑스 현지의 학교에 비해 상하이 프랑스 학교는 수준 높은 외국어 원어민 선생님도 많고 교육환경이 좋다고 했다. 실제로 작년의 경우 어렵기로 유명한 바칼로레아 시험을 전원 통과했다. 

불어를 미리 좀 알았더라면 홀로 고군분투한 아이를 조금은 도와주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싶지만 한편으로는 부모가 도와줄 수 없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환경이라 더 빨리 자립적으로 자라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번 여름에는 아이와 프랑스에 다녀왔다. 아이가 프랑스학교에 다닌 지 6년인데 초코 아이스크림도 주문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프랑스가 어떤 나라인지 직접 보고 유학을 갈 경우 잘 살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혼자 지하철, 버스를 타며 길을 찾고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을 보니 지나친 걱정했던 거 같다. 

큰 아이 경우에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많이 해서 인지 대학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도 그다지 걱정되지 않았는데 둘째 아이다 보니 늘 어리게만 느껴진다. 이제 2년 뒤면 부모를 떠나 혼자 생활해야 할 텐데 지금부터 아이를 좀 더 믿고 자립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겠다. 또 아이에게 기대지 않고 나도 혼자 잘 다닐 수 있도록 좀 더 열심히 불어를 배워봐야겠다. 오늘도 봉주흐~~!

마음이(shimmy0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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