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상하이 203] 편의점 vs 동네 책방

[2023-08-04, 13:47:21] 상하이저널
우리의 일상 풍경이 이야기가 되었을 때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지난해 서점가에서는 ‘편의점’과 ‘동네 서점’이라는 키워드가 장악했다. <불편한 편의점>과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라는 두 권의 책은 다른 작가의 책인데도 불구하고, 꼭 우리의 일상 세트 버전 같았다. 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도 두 권의 책을 애장하고 있을 만큼 전 국민에게 화제가 된 책들이었다. (이후 ‘불편한 편의점 2’가 나왔지만, 1권만큼의 인기는 없었다)

‘불편한 편의점’은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유명세도 있었지만,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끌었다. 편의점이 불편하다니, 미스터리 장르인가 싶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노숙자 ‘독고’ 씨의 정체를 알기 전까지는 미스터리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처음 신박한 전개에 비해 마지막에서 참으로 심심하게 독고 씨의 정체를 다 밝혀 버리기는 하지만.

이 책은 술술 읽힌다. 평범한 우리 이야기들을 편의점이라는 공간에 모아 놓고 다시 진열해 놓았을 뿐인데, 그것이 독자들의 입맛을 저격한 셈이다. 집 식탁에 자주 오르는 반찬들을 선별해 푸짐하게 담아 놓은 편의점 도시락 같다고나 할까.

이 책을 읽은 후 나에게도 작은 변화가 있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들락거리던 편의점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조금은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게 되었고, 몇 마디 되지 않는 인사를 나눌 때도 좀 더 친절하게 하고 싶었다. 평소에 관심 없던 편의점 도시락도 한참 들여다봤다. 삼각김밥도 몇 개 사서 맛도 보았다. 어쩌면 이 책 덕분에 전국의 편의점 매출이 상승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번 아웃 직전의 직장인들을 꽤 심란하게 만들었을 것 같은 책이다. 회사 그만두고 어디 경치 좋은 데 가서 카페나…. 어디 작은 동네에 가서 책방이나…. 를 습관적으로 내뱉었던 이들에게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게 했을까? 더불어 언젠가는 작은 마을의 동네 서점 주인을 꿈꾸는 내게도 대리 만족과 현타를 동시에 안겨준 책이기도 하다. 서점 주인 ‘영주’에게도 심하게 감정이입을 했다. 책, 책방, 커피, 작가, 독서 모임, 영화, 베를린까지…. 내가 좋아하고 추구하던 것들이 영주 주위에 다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추천하는 책들을 읽고, 영화로도 제작된 것은 찾아보았다. ‘밤에 우리 영혼은’이라는 작품도 그렇게 알게 되었고, 그 소개에 감사했다.

<불편한 편의점>과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두 편 모두 작가들이 별 목표 없이 힘을 빼고 편안하게 쓴 글들이다. 출판 계약도 기대하지 않고 인터넷에 연재했거나, 글쓰기 플랫폼에 올린 소설이었고, 그곳에서의 첫 반응도 시원찮았다. 그 후 별다른 홍보도 없이 오직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자수성가형 스토리도 같다. 

무엇보다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던 일상의 한 장소를 입체적으로 우리 앞에 다시 끌고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상적인 풍경이 더 이상 일상적이지 않았던 팬데믹 시기를 보내고 나니, 그 전의 일상이 그립고 애틋해진 것도 중요한 인기 이유였을 것이다. 다시 평화로운 일상이다. 우리의 일상은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할까. 이번 여름 방학 동안 부지런히 서점을 서성거려 보려 한다. 

김경은

전체의견 수 1

  • 문학 2023.10.20, 14: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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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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