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상하이 207] 당신의 노후

[2023-09-02, 05:39:38] 상하이저널
박형서 | 현대문학 | 2018년 5월
박형서 | 현대문학 | 2018년 5월
얼마 전 칸 영화제에서 'PLAN 75 '라는 일본 영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그 영화를 보면서 참으로 노령 인구에 숨막혀 하는 일본다운 영화를 만들었구나 했는데…. 예기치 않은 순간에 손에 집어 든 <당신의 노후>는 나의 일요일 오후를 심란하게 하고도 남았다. 

80세 이상의 노인이 인구의 40퍼센트를 차지하게 된 2031년. 고갈되는 연금 때문에 국민연금공단에서는 특수 조직을 만들어 연금을 100프로 수령하는 노인들을 여러 가지 죽음의 시나리오로 죽여 국가 재정을 지켜낸다. 주인공은 평생을 이 조직 속에서 노인들을 떠나 보내고 지금 막 은퇴했는데, 아내가 몰래 오랫동안 국민 연금을 부어왔으며 그녀가 공단의 처단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를 수급자 명단에서 탈락시키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데 공단은 그것을 용인하지 않고 바로 그녀를 죽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급해진 건강 공단에서 미리 선수를 쳐서 아내를 떠나 보내 버리고 이를 만류하던 장길도 씨도 잡혀서는 자살 처리 된다. 그가 빨리 유서를 쓰기를 바라는 연금공단 이사는 그를 재촉한다. 빨리 학교 가서 애를 찾아야 할 시간이기 때문에….

“연금이 저축해 놓은 돈 찾는 거 아닌 거 알잖아? 생산인구 소득을 거둬 비생산인구에게 나눠 주는 거잖아. 왜 안 죽어? 늙었는데 왜 안 죽어? 그렇게 오래 살면 거북이지 사람이야? 요즘 툭하면 100 살이야…. 하는 일이라고는 영혼이 떠나지 않도록 붙들고 있는 게 전부인 주제에 당신들은 왜 아직도 이 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거야….”

너무나 현실적이고 폭력적이지만 한편으론 공감도 갔다. 언젠가 병원에서 나와 마취약에서 깨어나지 못해 지하철 빈 경로석에 앉아 잠든 남편을 거칠게 흔들어 깨우던 노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막걸리를 마시고 산행을 다녀온 그 노인의 무례한 자리 타령을 보면서 나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무임승차인 주제에 고생하는 젊은이들에게 자리 양보는 못할 망정 왜 이 시간에 쓸데없이 돌아다니면서 자리 타령을 하냐고…. 

책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화해의 길을 전혀 제안하지 않고 삭막하게 끝나지만 우리는 그래도 알고 있다. 과거가 없이는 현재가 없고 미래가 없다는 것을. 그러나 한편 노령화 사회를 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갈등이 더 심화되면 심화됐지 나아질 방향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프랑스도 곧 대규모 데모가 진행될 것이다. 연금이 고갈될 것이기에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과 조금도 더 일하지 않겠다는 측과의 팽팽한 싸움으로 또 한 번 모든 것이 마비되고 불타는 것들이 나올 것이다.

회색 겨울이 우리를 기다린다. 우리의 노후는 자식에게 기댈 것도 아니고 국가를 믿을 것도 아니고 우리 자신이 책임져야 다음 세대에게 욕을 먹지 않을 것이다. 나도 쪼그라져서 내려오는 월급을 볼 때마다 연금을 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의 노후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습니까?

이현영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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