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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차역 창구에서 현장 구매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노년층이다.(김예진 학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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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가을이 시작됐다는 것은 곧 풍요로운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곧 있으면 중국은 중추절과 국경절을 맞아 대이동이 시작된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신나는 명절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기차표 ‘피켓팅’이다.
피켓팅은 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이라는 뜻으로 주로 유명 가수의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관람권 예매에 사용하는 용어다. 명절에는 전국 각지에서 이동하려는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기차표 예매가 아이돌 콘서트 못지않게 치열하다.
이러한 피켓팅은 누구에게나 긴장되지만 유독 이 피켓팅 시즌이 버거운 사람들이 있다. 이는 바로 디지털 취약계층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다. 중국에서는 기차표 예매 플랫폼인 12306을 통해 온라인으로 표를 구매할 수 있지만 기차역에 가면 여전히 많은 노년층이 창구에서 표를 구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번거롭게 창구에 가지 않아도 전화 예매를 통해 표 구매 가능
이렇게 온라인 예매가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직접 창구에 가서 구매하지 않고 전화 예매를 통해서도 기차표를 구매할 수 있다.
‘지역번호+95105105’로 전화해 표를 구매할 수 있으며 예매 시스템 운영시간은 05시부터 23시 사이다. 다만, 결제는 유선상으로 진행할 수 없다. 결제의 경우, 당일 12시 전에 표 예매에 성공했을 경우 다음날 12시 전에, 당일 12시 이후 예매했을 경우 다음날 24시까지 결제를 완료해야 한다. 현재 온라인 예매와 전화 예매는 별개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12306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없고, 전화 예매 시 제공받은 예매 번호와 탑승자의 유효 신분증 원본을 지니고 본인과 가까운 기차역 창구에 가서 결제해야 한다.
중국 철도부, 60세 이상 노년층을 위한 새로운 규정 발표
이러한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중국 철도부는 최근 60세 이상 고령층을 위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이는 △우대 요금 △우선 예매 △우선 표 검사 △대기실 제공 △우선 탑승 △우선 하차 △우선 환승 △열차 내 특별 서비스 제공 등 8가지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고령층이 열차 이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을 알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우선 예매는 노령층의 이동권 보장과 큰 관련이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은 기차역 매표 창구, 셀프 발권기, 12306 웹사이트, 모바일 앱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기차표를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표 구매 시간과 수량에 제한이 없다. 또한, 표 수요가 높아 표가 부족한 경우 기차역 직원에게 신청하여 대기 예약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도 중국의 SNS인 샤오홍슈에는 ‘노년층인 부모님 대신 기차표 티켓팅에 성공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 글과 방법 소개 글이 무수히 올라왔다. 이는 여전히 노년층이 스스로 기차표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완전히 조성되지 않았음을 뒷받침한다.
추석 맞은 한국, 노년층 이동권은 보장되고 있나
노년층의 이동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도 중국과 비슷한 실정이다. 온라인 예매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 노년층도 기차표 티켓팅이 시작되는 날이면 기차역 창구에 오랜 시간 줄을 서 표를 구매한다. 오랫동안 줄을 서도 입석만 남는 경우가 있지만 그마저도 금방 매진돼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노년층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전화 예약인 ‘원-콜 서비스’다. 이는 기차역 창구 혹은 철도 고객센터에 미리 결제 수단과 개인 정보를 등록해 두면 ARS로 열차표를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두 번째는 ‘승차권 전달하기’ 기능으로 가족이나 지인이 홈페이지나 코레일톡 플러스에서 탑승자의 정보를 입력해 표를 구매한 뒤 발권이 완료된 승차권을 전달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우선 예매다. 경로, 장애인의 경우 일반 예매가 시작되기 전 별도로 지정된 우선 예매일에 미리 기차표를 구매할 수 있다. 2023년 추석 기차표 예매도 일반 예매가 시작된 8월 30일의 하루 전날이 8월 29일 오전 9시부터 경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우선 예매가 진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매년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고 누구나 이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가족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나이 불문하고 모두가 같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노년층 이동권 보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학생기자 김예진(난징대 국제경제무역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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