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에서 잃은 것 과 얻은 것

[2024-01-13, 06:30:05] 상하이저널

상하이에서 맞게 되는 새해가 벌써 7번째이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지만 2024년이 되었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어서 인지 그 동안의 상하이생활과 앞으로의 상하이생활을 정리해보고 기대해보게 된다. 남편의 주재원발령으로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하고 상하이에 오게 되었다. 

처음 상하이에 왔을 때는 하던 일을 잠시 쉬고 아이들을 직접 돌보며 오롯이 ‘엄마’와 ‘아내’로서 살아보게 된다는 설렘과 함께 열심히 산 ‘나’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휴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상하이에서의 생활이 길어지고 동시에 나의 휴직도 점점 연장되어야만 했다. 새해가 되니 ’이렇게 오래 휴직해도 복직하는데 어려움이 없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직장에서 점점 자리잡아가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만 제자리에서 도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지기도 한다. 늘 뉴스에서 보아왔던 ‘경단녀’라는 단어에 눈길이 한번 더 가게 되고, 이젠 ‘나’로 살기보단 ‘엄마’와 ‘아내’로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슬프기도 하다. 

동시에 상하이생활 7년동안 나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것도 많다. 한국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직장맘이었기에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해야 했고 엄마보다는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늘 맘에 걸렸었다. 하지만 상하이에 와서 아이들을 직접 등하원시키고 간식을 만들어주고 아이들이 학교 다녀온 후 재잘재잘 떠드는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었다. 

두 아들들도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즐겼고, 나 또한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고, 울며 웃으며 적응해 나가는 모습들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엄마로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을 보상 받는 듯 남편과 나,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상하이에서의 삶은 특별했다. 특히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고 엄마의 도움과 관심이 필요한 시기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상하이생활이 준 선물임에 틀림없다. 

또한 상하이에서 만난 인연 역시 소중하다. 이곳에서의 삶은 헤어짐과 만남에 익숙해져야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만 언젠가 이곳을 떠날 기약을 하고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헤어짐 또한 늘 염두해 두어야 한다. 예기치 못하게 상하이에서의 삶이 길어진 탓인지 이곳에서 알게 된 많은 친구들을 보내는 입장이 되었다. 물론 늘 헤어짐을 생각하고 만남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예정되어있던 헤어짐 조차도 여러 번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나에게 소중한 인연이 된 사람들은 비록 지금 상하이에 같이 있진 못해도 꾸준히 연락을 하고 안부를 묻는다. 

때로는 상하이를 떠난 친구들이 몇 년 후 다시 상하이로 돌아오기도 하는 신기한 일을 겪기도 한다. 내가 상하이에 오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이라고 생각하니 더할 나위 없이 이곳에서의 삶이 소중한 선물이 된다. 

7년의 상하이생활을 통해 얻는 것 중 가장 값진 것은 이곳에 살지 않았더라면 깨지지 않았을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나의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내가 가져왔던 편견과는 다르게 그들의 삶이 진실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외국인으로서 이곳에서 많은 배려와 관심을 받으면서 나도 모르게 가져왔던 편견과 오해가 부끄러워졌다. 

올해로 8년째가 되는 우리 가족의 상하이생활이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지금 주어진 시간(present)를 선물(present)로 여기길 바라본다.   
 
잎새달스물이레 (abigail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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