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상하이 235]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2024-03-26, 11:40:33] 상하이저널
우샤오러((吴晓乐) | 한즈미디어 | 2022년 10월
우샤오러((吴晓乐) | 한즈미디어 | 2022년 10월
원제: 我们没有秘密(2020년)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는 제목이 그닥 끌리지는 않았다.  '미스터리물이겠구나...'  제목이 진즉에 그렇다고 알려주지 않는가.

그런데, 책 뒤쪽 서평을 쓴 이름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여성학자 정희진, 늘 치열하게 읽고 치열하게 글을 쓰는 사람인데, '나는 퍼질러 앉아 울었다'고 했다.  이보다 더 흥미로울 수가 없었다.  

이 소설은 저자가 상당히 공들여 쓴 장편소설이다.  중반 이후 반전도 있고, 읽는 내내 몰입하게 되는 잘 짜인 미스터리물이다.  이 소설을 대충 소개하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이페이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의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아내의 흔적을 찾아 그녀의 고향을 가게 된 변호사는 그곳에서 전혀 몰랐던, 아니 한 번도 제대로 의심하고 물어보지 않았던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된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렇게 소개하고 싶지 않다.  이 소설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고,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아무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모에게 정서적 학대를 겪은 아이들, 선생이 학생에게, 코치가 제자에게, 오빠가 동생에게 가한 성폭력을 겪고 살아난 생존자들의 이야기이다.  읽는 내내 짐작되는 일들이 벌어질까 조마조마했고, 조그마한 몸으로 기어이 겪고야 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세상이 아직도 이런가, 이렇게 안 바뀌고 있나...  저자 조차도 탈고 후에 소설 속 인물을 생각하며 울었다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도대체 비밀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왜 비밀이 '없다'고 했을까?  소설 속 인물들이 누구 하나 비밀이 없지 않았다.  모두들 각자의 거대한 비밀에 눌려서 허덕허덕 하루를 이어가고 있는데...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을 때, 혹은 그 누군가에게 말해도 도대체 내 말과 내 마음을 그대로 믿어주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차라리 '비밀은 없다'는 것이 아닐까.  

성폭력 사건을 고발했지만, 누구도 '진실' 그것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들의 선입견과 편견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재단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욕하고 배척한다.  익숙한 상황이다.  성폭력 사건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들려오는 모든 사건들과 소문들에 대해서 우리가 과연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입을 다물게 되는 건 그런 이유인 것 같다.  함부로 사람에 대해서 말하지 말아야겠다는 것.

자신의 비밀을 마음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필요했던 쑹화이쉬안과 그 친구를 돕고 싶었던 우신핑, 두 소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양민희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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