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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45] 느낌의 공동체

[2019-07-27, 05:39:23] 상하이저널
신형철 | 문학동네 | 2011. 5.

이 책은 신형철이 2006~2009년 사이에 이런저런 지면에 발표한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산문집이다.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습관이 있는 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다른 책들을 다 제쳐놓고 이 책에만 자꾸 손이 가서 껴안고 살다시피 했다. 

깊이 공감했던 책 속의 몇 대목만 공유한다. 

-좋은 글을 만드는 힘의 90퍼센트는 통찰과 논리가 감당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좋은 “글”일 뿐이다. 좋은 칼럼, 보고서, 논문과 다르지 않다. 나머지 10퍼센트에 해당하는 것이 내면과 문장이다. 그 10퍼센트가 평론을 ‘글’ 이상의 ‘문학’으로 만든다. 평론가 정홍수는 정확한 안목을 갖고 있어 평가에 헛발을 딛는 일이 없고 냉철한 평형감각을 갖고 있어 제 흥에 취한 경박한 호들갑도 없다. (p307~p308)

-문학은 당위를 주장하기보다는 불가피를 고뇌해야 한다고 믿어왔다. 문학은 가장 비겁한 자의 한숨을 내쉬면서 가장 회의적인 자의 속도로 걸어가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문학은 고발하고 규탄하고 공감을 유도하는 기왕의 일 역시 큰 소리로 감당하기는 하되, 공감되지 않으려 애쓰는 내면의 안과 밖을 사려 깊게 분석하고 그 내면을 “진짜 눈물”의 세계와 대면할 수 있도록 이끄는 낮은 목소리의 말을 건네기도 해야 할 것이다. 그 말 건넴의 한 사례를 신경숙의 신작 단편 <세상 끝의 신발>에서 발견한다. (p281)

-그가 “삶이라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우리에게 남이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그 패배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서 모든 종류의 “선(先) 해석의 커튼”을 찢는 것이 소설의 존재 이유라고 말할 때 이 말은 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의 나이 이미 팔순이다. 자신이 평생을 바친 일의 가치에 대한 변함없는 이 확신과 애정! 그러고 보면 이 해박하고 우아하고 유쾌한 할아버지(쿤데라)는 지금껏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p314)

이쯤이면 나는 정홍수라는 처음 들어보는 평론가의 평론집 <소설의 고독>을 독서 리스트에 올릴 것이고, 신경숙이라는 이 한동안 열광했던 소설가의 표절행위에 대해 너그러워 지지 않을 수 없고, 쿤데라라는 지금은 이미 80고개를 넘어 90에 이른 괴팍하지만 위대한 소설가가 살아생전에 꼭 노벨 문학상을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하게 된다. 

신형철의 이 평론 같은 산문, 산문 같은 평론을 읽으며 나는 평소에 접하기 쉽지 않은 한국 문단의 드러난 혹은 숨어있는(어쩌면 나만 모르는) 문인들의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책을 위한 책”을 읽는 독서의 해로움을 모르는 것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우리말 도서가 역부족인 이곳에서 이런 책을 만나는 일은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것 같은 포만감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책에는 문학을 빌미로 세상에 대한 이해와 자세가 면면이 드러나 있다. 나는 그런 대목들에서 한참씩 머무르며 문학에 대한, 세상에 대한 짧은 내 생각들을 대입해보거나 무의식 속 어느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단편적인 생각들을 길어 올려 이리저리 조합해 보게 된다. 누군가의 시선을 빌리는 일은 자아를 잃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역으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당분간, 아니 어쩌면 오랫동안 신형철의 시선에 기대일 것 같다. 그것은 그의 매력적인 글발을 향한 짝사랑을 넘어 어떤 신념을 공유하는 동지애 비슷한 것이다. 

류란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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