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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78] 시인의 붓

[2020-06-17, 17:31:24] 상하이저널
김주대 | 한겨레출판사 | 2018.05.02

김주대 시인의 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읽다가 예전의 시까지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가 쓴 시를 다 구해서 읽게 된 경우이다.  

김주대 시인은 1989년 <민중시>, <창작과 비평>을 통해서 등단했다.   2013년부터 페이스북 친구에게 물어물어 그림을 배우고, 페이스북에 시와 그림을 올리면서 이제는 문인화 시인으로 유명해진 것 같다.

시인의 시에는 아주 많은 우리들의 삶이 등장하고, 우리가 무심히 흘려보내는 대상들을 끌어내 우리 앞에 세워 놓는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오감의 능력을 다 발휘해서 시를 읽고, 시를 듣고, 시를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한다.

시인이 그려 낸 인물 중에 어머니에 대한 시들은 쉽게 책의 다음 장을 넘기지 못하게 붙잡는다. 그 중 시 두 편 전문을 옮겨본다.

<귀가>

일당벌이 하루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흘러내린 꿈처럼 그림자 길게 따른다. 남은 해가 쓸어놓은 언덕길을 따라 욱신거리는 몸뚱이 굽이굽이 가족들 곁으로 저문다. 삶의 서쪽이 따스해진다.

<대화>

"아이구, 빠마 빠글빠글하이 잘 됐네. 염색도 새카마키 됐고."
"둘이 항께 오처넌 깎아주데요. 아지매도 모자 벗고 산뜻하이 빠마해요, 봄도 됐는데."
"그러까? 봄도 왔응께."

시인이 그려내는 어머니는 우리에게서  담담한 웃음과 함께  훅하고 뜨거운 것을 뽑아 올린다. 이루진 못한 꿈은 당신 몸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그림자로 평생  뒤에 남겨 둬야 했던 '어머니', 뜨거운 햇볕 아래 그을리고 주름진 얼굴이지만 싸구려 빠글이 빠마로 소녀같이 웃으면서 설레며 봄을 맞는 '어머니'. 두 편의 시는 우리 자신의 어머니를  들여다 보게 한다. 아니 한 여자의 일생을 톺아보게 한다.

시인의 시를 나는 한 편의 신문 사설, 심쿵하게 만드는 애정 드라마의 한 장면, 사색하게 하는 오래된 고전, 세련되지 않은 순수한 그림 한 편을 보는 것처럼 읽는다. 이 모든 것을 책상 앞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말이다. 나에게 작은 행복을 주는 시라 소개하는 바이다.

박민주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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