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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코로나 시대의 교육

[2020-06-08, 14:41:35] 상하이저널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경천동지’까지는 아니라도 이전의 오랜 관성에서 벗어나는 몇 번의 경험을 했다. 마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을 관전하며 인공지능에 대해 전 국민이 학습하게 된 것과 비슷하다. 

그 첫 번째는 우리나라가 방역의 모범으로 하나의 표준이 되었다는 점이다.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유럽과 미국이 그토록 속수무책일 수가 있다니! 세계 금융의 중심 뉴욕의 거리에 시체가 쌓여있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드라이빙 쓰루’ 방식이 전 세계에 퍼지고, 우리가 만든 마스크와 의료장비를 앞다투어 서로 사가겠다는 나라들을 보며 뭔가 낯설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돈을 막 나눠준다는 사실이다. 기본소득은 빨갱이들이나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재난지원금을 받아서 족발을 사 먹어도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 경제가 그럭저럭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아니,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먹고사니즘 때문에 지금껏 적성에도 안 맞는 일을 꾸역꾸역해오며 아이들에게 그토록 대학 가라고 다그치지 않았던가?

세 번째는 아이들이 학교도 안 가고 학원도 안 갔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거의 한 학기를 통째로 빼먹었다. 아무리 아파도 엄마한테 업혀서라도 학교에 가던 우리들이 아닌가?  애들이 학원을 빠지면 큰일 날 것처럼 조바심을 치던 우리들이 아닌가? 지금은 오히려 개학해서 집단감염이 되면 어쩌나 차라리 계속 집에서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오랫동안 아이들과 책 읽고 토론하고 글쓰기를 해왔다. 상하이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온 지도 14년째다. 겨울 방학이 짧은 상하이의 국제학교 학생들은 2월부터 온라인 개학을 했다. 그러니까 상하이의 학생들은 한 학기 내내 온라인 수업을 해온 셈이다. 그런데 EBS 인강처럼 교사들이 산뜻하게 강의하는 영상을 올려주는 게 아니다. 필요한 자료와 과제만 올려둔다. 과제는 정해진 시한까지 제출해야 출석이 인정된다. 아이들은 과중한 숙제들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한국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지만 1년에 수천만 원씩 하는 비싼  학비를 내면서 집에만 있는 아이들을 건사하는 엄마들의 고충은 말할 필요도 없다. 기껏 5월부터 개학해서 학교에 갔더니 아이들만 교실에 앉아 또 온라인 수업을 했다고 한다. 중국 당국의 입국 금지 조처로 교사들이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나 역시 설 쇠러 잠깐 한국에 나왔다가 발이 묶이는 바람에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그런데 막상 온라인 수업을 해보니 생각보다 장점이 많았다. 문서공유가 되니까 학생이 한 자 한 자 타이핑하는 글자들을 내 모니터에서 바로바로 확인하며 첨삭해줄 수 있었고, 필요하면 영상을 공유해서 아이들 표정을 보면서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 디베이트할 때도 서로의 대화 내용 기록을 참조해가면서 집중력 있게 토론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점이 좋았다. 

한국에서도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이후 자체 조사한 결과, 의외로 학습 손실을 경험한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은 단지 수업 결손을 메꾸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앞으로 일상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코로나19를 비롯해서  바이러스 감염병 유행이 상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들 수만큼이나 다양한 흥미와 요구를 제도교육에서 모두 유연하게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폭발하는 다양한 컨텐츠와 교육 주체들 간의 만남과 연결은 시공을 뛰어넘어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수가 하는 것을 따라 하는 게 안전하고, 똑같은 하나의 잣대로 평가받고, 서울대를 향해 일렬종대로 전력 질주하는 그동안의 방식은 더는 유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 아니, 진작에 용도 폐기될 운명이었으나 그 견고한 관성 때문에 바꾸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학교도 학원도 못 가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너머에 다른 방식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학습이나 지식 전달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공교육은 학생들의 재능이나 관심사나 적성별이 아닌, 나이별 평균치에 근거해서, 표준화된 시간 동안, 정해진 과목 수업을 받게 해서, 대량생산체제에 적합한  노동인력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설계되었다.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표준을 따라가면 틀림이 없었다. 그래서 정해진 답을 가장 잘 찾는 사람이 성실한 인재로 인정받았고, 시험은 그런 인재를 가리는 잣대가 되었다. 그런데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더 이상 Fast Follower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표준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선진국에 대한 로망을 가차 없이 깨뜨려버렸고, 서구식 대학을 모델로 하는 제도교육은 근본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우리는 코로나 셧다운 상황에서 회복이 된다고 해서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야 할까? 아니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셧다운 상황 속에서 개인의 행복과 자유로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보편적 기본소득이 사회 구성원들 각각의 생존에 필요한 최저선을 지탱해 준다면 일에 대한 개념도 바뀔 것이라고 본다. 최저생계가 해결되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선택할 자유가 생기고, 가족을 돌보거나 삶의 의미를 묻는 일이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로 여겨질 때가 올 것이다.  

이제는 모두가 각기 다른 조건과 환경 속에서 남들이 다 하는 똑같은 방식으로 공부하기가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그런 방식은 미래 교육에 맞지 않는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나한테 필요한 공부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 도대체 내가 왜 공부해야 되는지 자문하다 보면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니 애써서 평균치에 도달하거나 남보다 조금 앞서려고 노력하는 대신 최선을 다해 자기 본성과 방식대로 배우고 발전할 기회를 추구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러니 자신에 대해 발견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탐색하고 개발해 나갈 힘을 키우는 것을 교육의 본령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남들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기준에서 훌륭한 삶을 살아가도록 북돋아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제는 누구나 자기답게 살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은 그렇게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김건영(thinkingnfuture@gmail.com)
맞춤형 성장 교육  <생각과 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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