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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경솔

[2021-02-23, 11:10:38] 상하이저널

10년 넘게 정수기를 사용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가 간간이 있었다. 작년 여름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도 싱크대 정수기 호스가 빠져 부엌이 물바다가 된 적이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3년 넘게 거래하고 있는 착한 정수기 기사님에 대한 신뢰도가 좀 흔들렸었다. 그 후로 잠잠하다 싶더니 얼마 전 또다시 싱크대 밑에 정수기 호스가 연결된 부분에서 설거지 했던 물이 역류해 쏟아지는 일이 발생했다. 연결 부위에 감겨져 있던 테이프는 풀려서 너덜너덜해져 있고 조금만 물을 써도 그쪽으로 다 새어 나왔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사장님께 동영상을 찍어 보내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사장님은 너무 죄송하다며 바로 사람을 보내서 해결해 주겠다고 하셨고, 30분 정도 지나자 그 친절한 기사님이 오셨다. 옆에 여자 분과 함께 오셨지만 나는 누군지 묻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부엌으로 가 처참해진 싱크대를 보여주었다. 싱크대를 보더니 기사님은 오늘 튀김을 해먹지 않았냐며 묻는다. 

‘갑자기 웬 튀김?!’ 

기름 쓰는 요리를 하지 않았냐고 재차 묻길래 고기 구워 먹은 게 다라고 했더니 분명 싱크대에 기름이 굳어서 막혔다는 것이다. 평소 기름을 키친타월로 닦아서 버리기 때문에 싱크대에 기름을 부어 버릴 일이 전혀 없었다.  

‘사람을 뭘로 보고!?’ 

하지만 나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아저씨는 분명 기름이 굳어서 막혔을 거라고 장담하고 있었다. 요 며칠 날씨가 추워 흔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감아놓은 테이프도 풀려있고 그 틈으로 물이 새고 있는데도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아 막 화가 나려던 참이었다.  

기사님은 싱크대 밑에 배수관을 돌려서 빼더니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나는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정말 하얗게 굳은 기름이 배수관을 딱 막고 있었다. 나는 결코 기름을 싱크대에 버린 적이 없다. 하지만 내 눈앞엔 기름이 떡 하니 막혀있다. 기름을 버린 적이 없다 해도 이건 완전 빼박이다. 그제서야 접시에 묻은 기름들이 모이고 모여서 저렇게 막혔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프라이팬의 기름은 열심히 닦아 내도 접시에 묻은 기름까지는 닦아 내지 않았으니 말이다.  

손으로 쑥 누르니 두께 3센티가량의 두꺼운 기름 덩어리가 쏙 빠져 나왔다. 이 순간 떠오른 단어는 창피, 경솔 그리고 쥐구멍! 말문이 막혔다. 정수기 연결 호스에 감긴 테이프는 붙여도 그만 안 붙여도 그만이란다. 미관상 붙여 놓은 것이지 그거 안 붙여도 그쪽으로 물이 샐 일은 없단다. 오늘처럼 막히기 전까지는 말이다.  

기사님은 사장님께 분명 기름이 막아서 그럴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사장님은 무조건 가서 해결하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와이프와 같이 퇴근하던 길에 갑자기 반대편인 우리 집으로 오셨다고. 이번엔 내가 이 부부에게 연신 사과를 하며 다음엔 방법을 가르쳐 주면 내가 직접 해보겠다는 어설픈 변명으로 이들을 돌려보냈다. 사장님께도 죄송하다고 톡을 보냈고, 사장님은 해결됐으니 괜찮다는 답을 주셨다. 

이날 이후로 접시에 기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환경 보호고 뭐고 가차 없이 키친타월로 닦아 버린다. 쓰레기도 줄이고 싶고, 배관도 안 막혔으면 좋겠는데…. 정말 쉽지 않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아줌마이이야기> 코너가 올해부터 <허스토리 in 상하이>로 바뀌었습니다. 다섯 명의 필진들이 상하이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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