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자녀를 키운다면...
얼마 전에 중국학교를 방문했을 때에 그 학교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그곳 운동장을 한국 학생들에게 빌려 주었는데 운동장뿐 아니라 건물 내부까지 곳곳에서 각종 쓰레기가 많이 나왔다고 다소 불평 섞인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도 유치원을 주말에 학생들에게 빌려준다. 유치원 물품을 보호하느라 커버를 씌워 놓지만 학생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커버를 벗기고 물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선생님의 개인 책상을 열어 물품을 임의로 꺼내는 현장을 발견하고 주의를 주어도 전혀 미안해하지 않고 당당해 한다. 선생님들은 월요일 아침마다 심하게 어지럽혀진 현장에서 힘들어 하지만 인격도약의 기회로 삼는 수밖에 없다. 공공장소에서 떼를 쓰거나 뛰어다니거나 하여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요즘 어린이들이 대체로 버릇없이 자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공부만 잘하고, 남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고,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을 실력만 갖춘다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최근 신문에서 교직에 회의를 느끼고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많이 늘어난다는 기사를 보았다. 교사는 되기도 어렵고, 미래가 보장되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호되는 직장인데도 명예퇴직이 전년대비 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점점 버릇이 없어지고 교사의 권위는 무시당하는 상황에서 교사로서의 역할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많은 부모들이 버릇없이 자란 자식에게 구타를 당하기도 한다는 슬픈 소식들도 종종 들린다.
"지나친 관대함은 수많은 아이들을 망쳐 놓지만 지나친 사랑은 어느 아이도 망쳐놓지 않는다''는 패니 펀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어린 자녀들이 규율을 배워야 할 시기에 부모와 어른들의 지나친 관대함 때문에 옳고 그름을 제대로 못 배운다. 유대인 자녀들은 3세부터 율법을 배우는데, 그들이 배우는 모세오경에 248개의 `'Do', 365개의 `'Do not'규범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삶의 규범과 지혜를 먼저 배우고 다음에 지식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 것이 도리어 그들을 세계의 우수 민족으로 만드는 비결이라고 한다. 책임을 아는 어른의 실수에 대해서는 다소 관대할 필요가 있어도, 책임을 배워야 하는 시기의 어린이에게는 다소 엄격함으로 삶의 규범을 배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고, 도리어 유익을 주는 삶의 규범을 그의 몸에 잘 익혀야 커서도 존경받는 지도자로 자랄 것이다. 이를 위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옳고 그름에 대한 부모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부모의 기분에 따라 옳고 그름이 바뀌어서는 안된다. 둘째, 온유한 태도로 거듭 설명하고 대화하는 사랑이 필요하다. 어린이라도 인격을 가진 존재이므로 그의 의견도 경청하고, 화내지 말고 반복하여 설득하고 교육해야 한다. 유아교육 전문가인 허영림교수는 `같은 톤과 같은 표정으로 1000번을 이야기하라'고 한다. 셋째, 잘못한 일에 대한 엄격한 징계와 잘한 일에 대한 구체적인 칭찬이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린이는 잘한 일에 칭찬을 받으면서 건강한 자아상을 갖게 되고, 잘못한 일에 징계를 받으면서 책임감을 배우게 된다. 자녀들이 지탄받는 모습이 아니라 존경받고 매너 좋은 지도자로 자라기를 바란다.
▷상해엔젤유치원장 이흥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