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은행들, 신규 자금차입 어려워
"글로벌 금리 고공행진'' "인도, 달러화 대출 중단'' "돈줄 끊겨 더 못 버티겠다, 중소기업매물 잇따라'' "중국 긴축통화정책으로 전환'' "中 대출동결 초강력 긴축카드 꺼낸다''
이 제목들은 최근 한국 신문기사의 금융경제면 타이틀로, 최근 한국과 중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대변하고 있다. 글로벌 자금시장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한 세계 각국 은행들의 부실규모가 작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유동성 부족으로 조달비용이 급상승하고 있으며, 신용경색 확산으로 시장신뢰가 붕괴되어 신규 자금차입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
한국 금융시장 또한 글로벌 자금시장의 영향에 따라 은행들의 외화차입 금리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신규 외화차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최근 펀드로의 자금집중 등으로 은행권의 여신 자금조달원인 수신기반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신규대출을 억제하고 있으며,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여신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대출증가 억제… 추가 대출 어려워
중국 금융시장도 한국 실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글로벌 자금시장의 유동성 부족이 중국 금융시장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 과열현상 차단을 위한 금융당국의 단기외채한도 감축방침과 대출금 증가 억제정책으로 인해 외화자금시장의 심각성이 오히려 한국에 비하여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특히 시장조달자금을 주 대출재원으로 하고 있는 일부 외자은행들은 단기외채한도 감축을 위해 중국 경내시장에서 조달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경내외화자금 수요 급증으로 조달비용이 급상승하고 최근에는 아예 신규자금 차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까지 직면해 있다.
중국의 인민폐 자금시장 또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금융당국의 유동성 확대 차단 조치까지 겹치고 있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올 들어 이미 다섯 차례 걸친 금리인상으로 대출 기준금리가 작년말 대비 1.17% 상승했고, 예금지급준비율 또한 아홉번에 걸친 인상으로 9.0%에서 13.5% 상향 조정되었다. 대출증가 억제정책으로 최소 연말까지는 추가적인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자금시장 경색 장기화 전망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내년의 자금시장 전망도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외화 자금시장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추가확산 우려로 글로벌 자금시장 경색이 장기화될 전망이어서 단기외채한도 감축시한인 내년 3월말 이후에도 과거 수준의 안정을 되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인민폐 자금시장도 금리인상과 함께 지준율인상으로 시중 유동성이 축소되는 것은 물론 신규대출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는 초강력 긴축을 단행할 예정이어서 대출이 제한될 경우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 기업 운영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 대응책 마련해야
그럼 이와 같은 2008년의 전망에 대비하여 우리 기업들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가?
첫째는 기업 스스로 자금의 보수적인 운영을 통하여 기초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매입채무 결제시 어음결제 비중을 높이고 결제기간을 늘려야 하며, 매출채권은 현금영수 비중을 늘리고 결제기간을 단축하려 노력해야 한다.
둘째는 매출처와 협력하여 시장유동성 악화에 사전 대비하여야 한다. 대기업 협력업체들은 기존의 어음결제방식 대신 대기업이 은행과 B2B대출 약정 등을 통하여 협력업체에 매출채권담보대출을 제공함으로써 어음할인이 안되어 자금애로를 겪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적극 요청하고 조기에 제도가 도입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시장유동성 악화시 사용 가능한 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대출금 또는 어음할인 한도를 약정하고 기업이 필요시 대출금을 인출하거나 어음을 할인하여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통하여 필요자금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한도 약정시 은행별로 1% 내외의 수수료를 부담할 수 있으므로 일정수준의 비용부담이 있을 수 있으며, 시장상황에 상관없이 필요시 언제든지 인출 또는 할인 가능한 신뢰성 있는 은행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넷째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중인 투자계획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금조달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기존 은행과 자금지원 협의한 내용도 현시점에서 재확인하여 자금 필요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치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은행의 대출심사에서는 현금흐름을 가장 중요시 여기고 있다. 기업이 얼마나 이익을 냈는가 보다는 얼마만큼의 현금을 벌었는가를 더욱 중요시하고 있는 것인데, 지금같이 하루가 다르게 시장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하에서는 기업들이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범석(우리은행(중국) 상하이분행 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