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기관에서 시행하는 영어공인시험 점수를 낮게 받은 예비 고3 아들 때문에 낙담하고 계신 학부모님을 만났다. 턱없이 낮게 나온 이 점수로 어떻게 대학을 갈 수 있겠냐는 걱정 때문이었다. 아마도 이분은 재외국민특별전형에 영어공인성적이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는 걸로 간주하신 것 같았다.
상담을 하다보면 의외로 장기간 해외에 거주하셨지만 재외국민특별전형(이하 특례로 약칭)의 전형 유형을 모르시는 부모님들을 자주 뵙게 된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 미리미리 국내에서 발령계획과 자녀 계획을 맞춤식으로 준비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많은 부모님들이 이곳에서 생업에 밤낮없이 종사하시다 보니 자녀들의 대입전형의 특성을 미리미리 살펴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듯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특례 지원자는 한국처럼 사회탐구나 과학탐구같은 세세한 과목은 준비하지 않아도 되며 연세대나 고려대를 제외한 대학들은 문과의 경우 국어나 영어, 이과는 국어 또는 논술과 수학시험을 과거의 본고사 형식으로 각기 치루며 심지어 면접이나 서류로만 학생들을 선발하는 학교들도 있다는 것이다. 과목이 단출해, 마음만 독하게 먹고 고교 시절부터 준비한다면 한번 해볼 만 한 게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할 사항이 있다. 만약 특례 시험 준비도 별도로 하지 않고 학교 성적도 하위권이라면 특례 입시로 받아줄 대학은 아무데도 없다는 점이다. 중상위권 이상의 대학일수록 지필고사의 결과가 당락을 좌우하며 지방 국립대나 기타 대학들의 경우 학교성적이나 기타 서류의 평가를 통해 합격을 정하기 때문이다. 재외국민특별전형은 시험이 참 쉬운 것 같으면서도 알고 보면 복잡한 전형이다.
그렇다면 어학 공인성적은 과연 필요하기는 한 걸까? 대답은 반반이다. 상위권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에게는 분명 차별화를 줄 수 있는 서류이다(심지어 고려대는 토플점수를 제출하는 것을 전형으로 대체했음). 아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상위권 대학 지원자의 대부분이 공인 성적을 준비하기 때문에 얼마나 높은 점수를 제출 하냐에 따라 지필고사 통과 후 2단계 전형에서 그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중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지원 대학의 지필고사 전형 유형을 익히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어학 공인 성적을 갖고 있어도 지필고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제출조차 못할 수도 있다.
요즘은 누구나 어학 공인 시험에 도전한다. 더욱이 해외에 나와 있는 학생들이라면 그런 준비 자세를 갖는 것은 격려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특례 전형에서 어학 공인성적은 누구에게는 필수조건이지만 누구에게는 충분조건에 불과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제한 시간 안에 결과를 극대화해야하는 예비 수험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입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이영미(아카데미 학원 교육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