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정을 한번 해보자.
골프를 치는데 티 샷만 했다 하면 300야드가 착착 나간다. 볼은 늘 페어웨이 한 가운데 떨어지고 세컨샷을 했다 하면 핀 옆에 탁탁 붙는다. 퍼팅을 하면 20피트 안에 있는 것은 어김없이 쏙쏙 들어간다. "착착", "탁탁", "쏙쏙".
이러면 과연 골프가 재미있을까? 천만의 말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골프에 매료돼 "오늘은…"하면서 어떤 기대를 가지고 필드를 찾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골프는 완벽함을 겨루는 게임이 아니다. 실수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 실타를 어떻게 극복해 가느냐 하는 싸움인 것이다. 골프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전혀 운이 작용하지 않는 그런 게임이 아니라, 충분히 연습하고 잘 생각하고 해도 실타가 나오는 것이 골프다. 잘 쳐도 바람에 볼이 밀려 러프나 헤저드에 빠질 수 있는 것, 스윙머신이 퍼팅을 해도 10피트 거리에서는 10개중 4개가 들어가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골프.
아이러니컬한 것은 실타가 났을 때 프로보다 아마추어가 더 흥분한다는 사실. 거의 매일 연습을 하는 뛰어난 프로 골퍼들은 실타가 났을 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차분히 다음 샷 구상을 하는데 일년에 한 두 번 연습을 할까 말까하는 아마추어들은 실타가 났을 때 대부분 흥분하고 크게 속 상해한다. 특히 인생에서 성공해서 경쟁을 할 때마다 비교적 이겨온 사람들은 실타가 나면 절망하고 참지 못한다.
훌륭한 골퍼는 실수를 최소화시키려 노력한다. 하지만 실수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기대하지는 않는다. 칩 벡(Chip Beck)이라는 미국 프로는 볼이 러프에 빠지면 "난 이런 상태를 좋아해. 이게 바로 골프야"하고 혼잣말을 한다고 한다.
골프는 완벽함을 겨루는 게임이 아니라 실타를 어떻게 극복해 가느냐의 싸움이다. 골프는 또 퍼펙트한 샷으로만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게임이 아닙니다. 형편없는 샷 으로도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이 골프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즐기면서 골프를 칠 수 있다. 그러나 완벽함을 기대하면 골프는 기대대로 되지 않고 재미도 없을 것이며 핸디캡도 높아질 것이다. 코스에서 자신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샷이 어떻게 되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