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스위스战 0:2 패.. 알프스 못 넘고 날개 접어
태극호는 거침없이 질주했고, 교민들은 목이 쉬어라 응원했지만 승리의 여신은 기어코 웃어주지 않았다. 0:2 패. 24일 새벽 상하이 곳곳에서 터진 구호 '대~한민국!'은 한국의 16강 진출 염원을 담았지만, 끝내 허공 속 울림으로 그치고 말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 G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스위스와의 결전에서 전반 23분 선제 결승골을 허용하고 후반 32분 석연찮은 추가골을 내줘 0-2로 분패했다. 같은 시각 프랑스는 토고를 2-0으로 눌렀다. 이로써 1승1무1패(승점4)가 된 한국은 스위스(7), 프랑스(5)에 밀려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안타까운 새벽... 눈물, 황당, 허탈
경기 중계가 새벽에 예정된 관계로, 야외로 나선 교민 수는 토고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서울리아 호텔에는 토고전 절반 수준인 100여명이 입장했고, 즈텅루 일대의 식당도 절반 정도가 겨우 응원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어디서 누구와 모였건, 모두가 손에 땀을 쥐며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기는 마찬가지. 롱바이를 비롯 푸동, 쉬쟈후이의 식당, 주점 그리고 가정집에 모인 교민들은 승리를 염원하며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선제골 허용에도 토고전의 역전승이 재현되길 바라며 함성을 높였다. 그러나 이후 어이없이 추가 실점하고 결국 리드당한 상태에서 주심의 마지막 휘슬이 울릴 때는 한동안 적막한 기운만 감돌았다. 종료 후 자리를 지키는 이들의 '잘 싸웠다'는 격려도 있었지만, 조용히 계산대로 향한 이들도 많았다. 자리에서 일어서도, 신발을 신어도, 식당을 나서도, 탄식 탄식 또 탄식이 쏟아졌다.
이제는 차분한 월드컵 관전
비록 4강 재현의 꿈은 뭉개졌지만, 조 예선기간 교민들은 당국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알짜 재미를 맛보았다고 전한다. 대형 TV와 한국식당이 있는 곳엔 늘 해외판 붉은악마들이 배회했고 그들의 표정엔 염원과 자랑스러움이 담겨있었다. 한 식당 주인은 "중국 법을 존중하면서도 즐거움을 만끽하는 교민들의 노력이 인상깊었다"고 전했다. 유학생도 상총련 단위의 대규모 응원은 없었지만 각 대학지부가 개별적으로 응원 공간을 발굴하는 등 모두가 축제에 취한 잊지 못할 보름을 보냈다.
교민들은 이런 감동을 부여할 만한 동기가 앞으로도 많았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교민 김민지씨는 "이번 월드컵은 상하이 교민들에 축제나 다름없었다. 교민에 의한 축제 기획이 늘고, 이를 위한 네트워크가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다소 아쉽지만 이젠 일상으로 돌아가 차분하게 남은 경기를 관전하겠단 말을 남기며, 교민들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현승 기자(hslee@shanghaiba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