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코닥의 '몰빵 추억', 남의 일일까?

[2013-10-28, 18:11:44] 상하이저널
[한우덕 칼럼]
코닥의 '몰빵 추억', 남의 일일까?
 
중국에 ‘98협의(協議)’라는 게 있다. ‘코닥의 몰락을 자초한 협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저간의 사정은 이렇다. 1990년대 중반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필름메이커 코닥은 돌파구를 중국에서 찾고자 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후지필름이 약 6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전략이 필요했다. 당시 코닥 CEO였던 조지 피셔는 주룽지(朱鎔基) 총리를 만나 ‘시장 독점을 인정해 주면 부실 국유 필름업체들을 정상화시켜 주겠다’고 제의했다. 국유기업 개혁에 열을 올리고 있던 주 총리가 이를 받아들였고, 코닥과 중국 정부가 1998년 3월 체결한 게 바로 ‘98협의’다.
 
성공하는 듯했다. 코닥은 3년 만에 중국 필름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했고, 중국 전역에 약 8000개의 현상소를 차렸다. 후지필름을 몰아내고 중국 안방을 차지한 셈이다. 그게 함정이었다. 코닥은 계약대로 12억 달러를 국유기업 정상화에 쏟아부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코닥이 중국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세계 필름업계에서는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코닥은 디지털 물결을 타지 못했고, 파국의 길로 빠져들고 말았다. ‘몰빵’ 투자가 부른 참사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현지에서 스스로의 입지는 약해진다. 요즘 빈번한 중국 언론의 ‘외국 기업 때리기’만 봐도 그렇다. 올 들어서만 폴크스바겐, 애플,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폰테라(뉴질랜드 우유기업), 삼성전자 등이 두들겨맞았다. 사정이야 어떻든 공개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들어줘야 했다. 폴크스바겐은 서둘러 리콜에 나섰고, 애플의 CEO 팀 쿡은 중국어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삼성 역시 사이트에 ‘반성문’을 올려야 했다. 중국 시장을 잃는다면 기업 실적에 치명적 타격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몰빵 참사’는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STX그룹 회생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STX다롄(大連)조선소 투자가 그렇다. STX는 6년 전 글로벌 경기 흐름을 읽지 못하고 28억 달러(약 3조원)를 퍼부었다. 공장 운영에 대한 뚜렷한 전략 없이 100% 단독 투자를 감행했다. 결과는 참혹하다. 투자금은 고사하고 매각 자체도 불투명하다. ‘그냥 중국에 던져놓고 나와야 할 판’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럼에도 대형 투자는 끊이지 않는다. 포스코가 파이넥스 공법을 들고 충칭(重慶)으로 가기로 했다. 성사되면 조 단위의 투자 규모란다. 글로벌 경기, 자금력, 기술 우위 등을 충분히 감안한 결정인지 궁금하다. 삼성과 LG는 공급 과잉 우려 속에서도 중국에 LCD 공장을 완공했거나 짓고 있다. 삼성의 75억 달러짜리 시안(西安) 반도체공장도 한창 건설 중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국내에서는 일자리가 없다고 난리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중국은 모든 걸 다 걸어도 되는 시장인가? 코닥의 ‘몰빵 추억’을 되새기는 이유다.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기자).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위험한 진실*의 저자. 머리가 별로여서 몸이 매우 바쁜 사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7년 동안 특파원을 지냈음. http://blog.joins.com/woodyhan
woodyhan88@hotmail.com    [한우덕칼럼 더보기]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타오바오(淘宝) 쇼핑세상 hot 2014.09.21
    [타오바오(淘宝) 쇼핑세상] '국경절을 즐겁게 지내는 방법' 을 고민하고 있다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가까운 상하이 외곽으로 나가 바람과 가을 하늘이 주는...
  • 기업 부담을 줄이려는 중국의 노력 hot 2014.08.27
    25일, 중국 국무원(國務院) 기업부담경감부 연석회의 판공실(減輕企業負擔部際聯席會議辦公室)은 기업 부담 경감을 위한 신고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공개했다. 현재 중국..
  • 중국 증시에 상장한 소매업체, 절반가량이 영업실적 하락 hot 2014.08.26
    중국의 거시경제 침체와 온라인 쇼핑의 영향으로 중국 증시에 상장한 소매업체들의 영업실적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금융 관련 정보데이터 업체인..
  • 중국의 내수시장 보호주의 hot 2014.08.20
    최근 중국 정부가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를 대상으로 반독점법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장쑤(江蘇)성 반독점 규제 당국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부품..
  • 중국, 9월 초부터 수출세 환급 시범계획 8개 항구로 확대할 예정 hot 2014.08.19
    중국 해관총서(海關總署), 재정부, 국세총국(國稅總局)이 칭다오(靑島)와 우한(武漢) 항구에서만 시행되었던 수출세 환급 시범계획을 이번 9월 1일부터 난징(南京)..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50살 생일!..
  2. 中 청두, 지하철 공사 중 12미터..
  3. 韩-中 하늘 길 넓힌다... 대한항공..
  4. 中 딥페이크로 학생·동료 나체사진 7..
  5. 中 해외 카드 결제 수수료 2~3→1..
  6. 워런 버핏, 비야디 주식 549억 매..
  7. 샤오미, CATL과 손잡고 배터리 공..
  8. 상하이 宜山路역 ‘찜통’ 환승통로 무..
  9. 상하이 푸동공항 국제선 여객 4년 만..
  10. 상하이 홍차오-푸동공항 급행열차 9월..

경제

  1.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50살 생일!..
  2. 韩-中 하늘 길 넓힌다... 대한항공..
  3. 中 해외 카드 결제 수수료 2~3→1..
  4. 워런 버핏, 비야디 주식 549억 매..
  5. 샤오미, CATL과 손잡고 배터리 공..
  6. 상하이 푸동공항 국제선 여객 4년 만..
  7. IDC, 2028년 中 AI PC 출..
  8. [차이나랩] 中 유니온페이, 위챗 결..
  9. 中 올해 1분기 결혼·이혼 모두 감소..
  10. 中 인공지능 기업 4000개, 핵심..

사회

  1. 中 청두, 지하철 공사 중 12미터..
  2. 中 딥페이크로 학생·동료 나체사진 7..
  3. 상하이 宜山路역 ‘찜통’ 환승통로 무..
  4. 상하이 홍차오-푸동공항 급행열차 9월..
  5. 중국 31개 省市 중 11곳 상주인구..
  6. 中 ‘세포배양육 쌀’ 개발 성공.....
  7. 韓 배터리 공장 화재로 중국인 17명..
  8. 동방항공, 당일 취소해도 ‘전액 환불..
  9. 中 쑤저우서 셔틀버스 기다리던 일본인..
  10. 상하이, 5월 유행 전염병 1위 ‘백..

문화

  1. ‘상하이 호반 국제 뮤직 페스티벌’..
  2. [책읽는 상하이 242] 나인
  3. [책읽는 상하이 243] 줄리언 반스..

오피니언

  1. [무역협회] 한·중·일 협력 재개,..
  2. [Dr.SP 칼럼] 지구온난화 속 무..
  3. [무역협회] 인도의 중국 '디커플링'..
  4. [허스토리 in 상하이] 여름방학
  5. [상하이의 사랑법 14]사랑이 식었을..
  6. 2024 화동조선족주말학교 낭송·낭독..
  7. [무역협회] 신흥 산업 발전, 중국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