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영 은행인 중국은행이 돈세탁을 통해 부유층이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중국 국영 CCTV가 폭로했다.
CCTV는 지난 9일 오전 시사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은행의 외환 서비스업무인 여우후이퉁(優匯通)이 내국인들이 해외투자이민 등을 위한 외화 자금을 마련하는 돈세탁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CCTV는 중국은행이 이민업체들과 팀을 이뤄 고객 돈의 출처를 위장하고 있으며 투자이민을 위해 돈을 해외로 보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광둥(廣東)성에 있는 중국은행의 지점 한 곳만 올해 9억7000만달러(약 9700억원)를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CCTV는 베이징에 있는 중국은행 지점 몇 군데도 비슷한 서비를 제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CCTV는 광둥성에 있는 중국은행 지점의 한 직원이 기자에게 거액의 자금을 해외로 보내는 방법을 조언하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이는 분명한 자금통제 규정 위반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행 직원은 "이민을 원하고 돈을 해외로 보내고 싶다면 중국은행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법에 따르면 1인당 미화 5만달러(약 5000만원)까지만 1년에 해외로 송금할 수 있다.
중국의 언론 풍토상 CCTV의 이날 보도는 사전에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이란 관측이 많다.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들어선 후 부패 척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부패로 돈을 모은 관리들이 거액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는 의혹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정당국이 뇌물이나 불법적 수단을 통해 획득한 자금을 해외로 도피시킬 가능성에 수사의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