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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회의 도시 글로벌 상하이 ‘열쇠는 목표’

[2016-09-10, 08:15:31]
4060 꽃중년 ‘그들이 꾸는 꿈’②

기회의 도시 글로벌 상하이 ‘열쇠는 목표’ 
아드리아나 파펠 중국지사 이규성 총경리

유학 경험도 없고 든든한 백 그라운드는 더더욱 없었던 한 청년이 내로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스카우트하는 꽃중년으로 피어났다. 이시대 성공의 필수조건으로 꼽히는 ‘금수저’와는 거리가 먼, 그래서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는 이규성(62) 씨의 이야기다. 상하이를 무대로 중년의 무한도전을 가능케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주독야경(晝讀夜競)의 대학생활
공군 제대 후 생긴 6개월 여의 휴학 기간, 하지만 그는 단칸방살이를 하는 여섯 식구의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다행히 군에서 비행기 정비를 한 이력을 인정받아 대한항공 정비사 공채에 합격했지만 복학과 동시에 주독야경의 시간이 시작됐다. 

방과후 시작한 일은 아침 8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수업 시작 5분 전 가까스로 학교에 도착해 강의를 듣고 과제까지 마치면 비로소 친구들과 야구 한 판을 즐길 짬이 났다. 인하대에서 면목동 집까지 돌아가면 밤 12시. 이틀 만에 5시간 눈을 붙이고 나면 또다시 학교-회사-학교-집의 숨가쁜 일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마저도 회사에서 대학생이라는 형편을 배려해 야간조로 배치해줬기에 가능했다. 

인생의 첫 터닝포인트 
그토록 힘들게 한 졸업이지만 감개무량하진 않았다. 단지 대학을 마쳐야 한다는 의무감뿐이었기 때문이다. 섬유공학을 전공한 그는 81년 한국원사직물시험검사소(현 FITI)에 취직했다. 국내에서 수출되는 모든 섬유원단 검사가 이뤄지는 곳이었다. 

어느 날 문 옆 끝자리에 앉아 사무실을 둘러보던 중 불현듯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 회사의 장점을 따져보니 첫째는 섬유관련 기업 관계자들과의 인맥이요, 둘째는 어느 섬유 공장이나 직접 가서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 여기에서 일을 배워 훗날 월드 베스트 QA(quality assurance, 품질관리자)가 되자.”
목표가 없었던 삶이 전환점을 맞게 된 순간이다. 월드 베스트가 되기 위한 최우선과제는 영어였다. 그는 대학 시절 계절학기까지 들어가며 겨우 이수한, 다시는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영어공부를 그날부터 시작했다. 

상하이로 이끈 뜻밖의 인연
하루 4시간씩 2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나니 막막했던 영어가 할만해졌다. 그즈음 영국기업 도드웰(Dodwell)의 디렉터 브라이언이 갑작스레 검사소를 방문했다. 영어구사가 완벽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레 응대는 그의 몫이 되었다. 그때는 1시간 반 가량의 이 만남이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예상하지 못했다. 

90년 검사소를 나와 인증 기업 SGS 실험실로 둥지를 옮긴 그가 브라이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게 된 건 첫만남이 있고 8년 후였다. 당시 AMC(미국의 비영리 구매 조합)에 이직해 아시아팀장을 맡고 있던 브라이언은 그 길로 그를 품질담당 이사로 스카우트했다. 

3년의 시간이 흐르고 96년 12월, 중국사업을 맡게 된 그의 인생 후반전이 상하이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대형마트 타깃(Target)이 AMC를 인수하면서 그는 타깃 아시아 담당 부사장으로 2006년까지 근무했다. 

“나를 만족시켜라”
중국 Cobest, 미국 GIII 어패럴의 부사장을 거쳐 재직중인 미국 아드리아나 파펠 중국지사 총경리에 이르기까지. 상하이에서 20년간 화려한 경력을 수 놓는 동안 직접 이력서를 쓸 일은 없었다. 반면 사직서는 항상 그의 가슴 안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 언제든지 그만두겠다는 각오의 표시였다. 그는 스스로 세운 업무 원칙 ‘나를 만족시키자’를 고집스럽게 지켜냈다.  

“일한 후 그 일에 대해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상사도 후배도 아닌 나다. 스스로가 만족스럽게 일하면 회사도 만족하게 되고 자연스레 월급도 오르기 마련이다. 실제로 98년도에는 한 해에만 월급이 네 번 오르더니 3배가 되더라.”

우리는 외국인 ‘현지에 맞춰야’ 
국제도시 상하이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 그는 “(한인타운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기 잣대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에서 20년 간 중국인 직원들을 관리한 비법은 ‘현지문화의 존중’과 ‘눈높이에 맞춘 업무 프로세스와 기준의 적용’이었다. 

그는 늘 스스로가 외국인임을 명심하고 외국인답게 살려고 노력한다. 자칫 타성에 젖게 될까 직접 운전하면서도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일은 없다.

“중국에 왔으면 중국의 좋은 점, 고마운 점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된다. 탓할 게 있다면 ‘그것 때문에 내가 여기 와 있는 것’이라 생각해보길 바란다.”

또 다시 꿈 
5년마다 인생의 목표를 갱신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그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일찍이 미국 유학을 시작한 외동딸이 아버지를 꼭 닮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 가정을 꾸리기까지 곁에서 지켜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다. 

“안정적인 경제력을 갖추는 것이 곧 가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나고 나니 그게 다가 아니더라.”
그의 새로운 목표는 한국에 돌아가 강원도 어느 산골에 터를 잡고 좋아하는 채소를 기르며, 독서하며, 그렇게 여유롭게 노년을 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러했듯 그가 새로운 목표에 닿을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김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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