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유광종] 이태희(43.사진) 전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 노무관은 출장 전문가다. 중국 근무 3년 6개월 동안 그는 잠시도 베이징(北京) 사무실에 편히 앉아있지 못했다. 중국 전역에 퍼져있는 한국기업의 노무 상담을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출장을 가야 했기 때문이다.
값싼 노임에 풍부한 인력으로 노동시장의 천국으로 여겨져 왔던 중국. 하지만 2004년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정부 시책이 노동자 중시 쪽으로 바뀌면서 최저임금제가 도입됐고 사측의 복지비용 부담도 한층 강화됐다. 게다가 노조의 발언권이 급격히 커지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몸살을 앓아야만 했다. 이 때문에 이씨는 매년 1500여명의 한국 기업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상담을 했다.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칭다오(靑島)는 거의 매주 드나들었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 일선 사업장에서 일으키는 후폭풍이 만만찮았어요. 한국인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가야만 했죠. 중국 정부의 행정 시스템은 참으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불투명한 정책 때문에 골탕을 먹는 한국 기업들이 많았어요."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그는 좀더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만들었다. 우선 중국 각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인사.노무 관리자들이 참여하는 '노무관리연구회'를 조직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로 현장에서 겪는 문제점과 해결책들을 서로 공유하자는 취지였다. 그는 "참석자들 이구동성으로 '바로 이런 모임이 절실히 필요했다'고 하더라"며 "모임을 철저히 현장 피해 사례 중심으로 접근한 결과 적잖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지금도 매달 두 차례씩 모이는 등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동안의 성과를 담아 '중국 노무 관리 사례집'을 만들어 중국 전역에 퍼져있는 한국 기업인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한국 대사관의 최고 '스타'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에게 인기 만점의 공무원이었다. 그의 이임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상회(商會)와 투자기업협회, 민간기업 두 곳이 제각기 감사패를 전달했다. 포스코 차이나의 이명호 실장은 "한국 기업인들이 그에게 '날쌘돌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며 "한국 기업체에서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만 들리면 중국 당국자들을 악착같이 따라붙어 어떻게든 만족할 만한 해명을 받아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중국도 이제 허술한 구석은 거의 없어졌다"며 "중국 시장에서도 이제 정도(正道)경영을 하지 않으면 발 붙이기 힘들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핵심은 결국 사람, 즉 인력 관리"라며 "고객 감동에 앞서 기업이 '직원 만족'을 실현하지 못하면 중국에서 큰 역풍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5일 베이징을 떠나 서울로 향한 그는 노동부 고용정책실 외국인력정책팀장으로 복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