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19일 평양에서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2차 핵실험' 관련 발언을 하면서 6자회담 복귀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탕자쉬안 회동이 끝난 뒤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추가 브리핑'을 통해 핵실험 및 6자회담과 관련된 북한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평양 회동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들이 22일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강석주 제1부상은 추가 핵실험 문제와 관련, '미국이 우리를 못살게 굴지 않겠다고 한다면 추가로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입장이 정 그렇다면 우리가 6자회담에 먼저 복귀할 테니 미국은 6자회담에 임한 뒤 가까운 시일내 금융제재를 해제하라'는 요구를 했다.
북한의 이런 발언에 대해 정부는 '핵실험 유보'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점과 금융제재 해제와 6자회담 복귀 조건의 변화 등 긍정적인 요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핵실험 강행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최고 수뇌부가 중국 특사에게 조건부이긴 하지만 '핵실험 유예' 방침을 전하면서 동시에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도 과거와 다소 변화된 언급을 한 것은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 동결을 포함한 대북 금융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왔으나 이번에는 '6자회담' 복귀를 먼저 제시하고 '금융제재'를 가까운 시일내 해제해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입장이 여전히 전제조건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그동안 여러차례 무엇을 할테니 먼저 뭘 해달라는 식의 발언을 해왔다"면서 "이번에는 중국의 강력한 `위협성 설득' 등을 감안해 모종의 여지를 남긴 발언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강석주 제1부상의 `다소 진전된' 언급을 기본적으로 북한의 태도변화로 인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북한의 이런 입장을 미국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21일 중국측 특사로 방북했던 탕 국무위원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뒤 자신의 방문이 헛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관련, "북한 입장을 일부 이해한다는 뜻에서 중국 나름의 입장을 밝힌 것 같다"면서 "그러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같은 제안을 (탕 위원으로부터)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탕 위원이 북측에 통보한 내용에 대해 "북한은 중국이 지지하지 않는 매우 심각한 행위에 몰두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 같다"면서 "그러나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에 돌아오겠다는 확약으로 보이는 어떤 특별한 메시지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북한은 어떠한 전제조건 없이 언제든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