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이돈관 특파원 = 중국은 지난 2002년 10월 제2차 북핵사태 이후 최근까지 네 차례에 걸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의 특사 또는 정부 특사 등을 북한에 파견했다. 사실상 특사 성격이지만 '실무방문'으로 발표된 경우까지 합하면 다섯 차례다.
'특사'란 어떤 나라가 특별한 사명을 부여해 다른 나라에 파견하는 임시 외교대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성격의 특사와 의전적 성격의 특사로 나눠지고 그들이 하는 임무로는 중요문제 교섭, 경축식전 참석, 조문 등을 들 수 있다.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이 후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지 20여일 만에 발표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합의는 중국이 거둔 대북 특사외교의 성과로 평가되고 있으나 벌써 전제조건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북핵문제에 앞으로 다시 어떤 곡절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 중국의 첫 대북 특사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부부장 = 2003년 7월12-15일 중국정부 특사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한 고위관리들과 면담하고 김 위원장에게 후 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
다이 부부장의 방북은 북.미 간의 현격한 입장 차이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그해 4월의 북.미.중 베이징회담 프로세스를 계속 추진,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대북 협상이 중요한 목적이었다.
중국은 앞서 다이 부부장을 러시아에, 왕이(王毅) 부부장을 미국에 각각 파견해 양국과 북핵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중-러, 중-미 간의 상호 이해를 증진했고, 한국과는 그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깊이 있는 논의를 가졌었다.
다이 부부장은 북한에서 귀국한 직후 다시 미국을 방문, 딕 체니 부통령에게 후진타오 주석이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친서를 전하기도 했다.
북한은 결국 8월1일 6자회담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8월27일부터 제1차 6자회담이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 두번째 대북 특사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 = 후진타오 당 총서기의 특사 자격으로 2005년 2월19-23일 북한을 방문, 김정일 위원장에게 후 총서기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하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관리들과 만나 6자회담을 통한 문제 해결을 설득했다.
2004년 2월과 6월에 각각 열린 제2차, 제3차 6자회담에 이어 북한이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참가 무기한 중지라는 폭탄성 선언(2005.2.10)을 한 직후 정세가 다시 긴장되는 상태여서 그의 방북은 국제적인 이목을 끌었다.
후 주석은 구두 메시지를 통해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 평화.안정 수호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정세가 더욱 악화하지 않도록 할 것,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할 것 등을 촉구했고, 북한측은 조건이 무르익으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3월2일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서도 이 같은 뜻을 표시했으면서도 6자회담은 군축회담이 돼야 한다는 등의 주장(3.31)을 하고, 영변 5MW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8천개를 인출했다고 발표해 6자회담 재개가 지연됐다.
◇ 특사로 3차례 방북한 탕자쉬안 국무위원 = 탕 위원은 2005년 7월12-14일 후진타오 주석의 특사로 방북해 백남순 외무상과 회담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등과 만나 북핵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탕 위원은 방북 직전인 7월10일에는 중국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만나 북핵문제 논의하면서 제4차 6자회담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회담의 진전과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9월13-19일 열린 제4차 6자회담에서는 참여국들의 공동 노력과 중국의 주동적 역할로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계획 포기'와 대북 '에너지 지원 제공 용의' 표명 등의 내용을 담은 6개항의 공동성명(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 직후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이유로 북한의 8개 기업을 지목하는 동시에 이들 기업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하고, 11월9-11일 열린 제5차 6자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철회를 요구함으로써 6자회담은 지금까지 교착상태에 빠졌었다.
탕 위원은 지난 4월27-28일에도 사실상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비밀방문, 김정일 위원장 등과 만나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을 협의했으나 중국 외교부는 10여일 후에야 그의 방북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도 '실무방문'이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