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혈액 관리 소홀로 에이즈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쉬쉬하기에만 급급하다고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가 18일자 최신호로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에이즈 마을’로 불리는 중국 중부 허난성의 솽먀오의 경우 주민 3000명 가운데 500명 이상이 에이즈에 감염됐고 이 중 200여명이 사망했다. 이들 대부분은 1990년대 초반 헌혈 과정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중국 당국은 적절한 관리 없이 농촌 주민들에게 돈을 받고 헌혈을 하도록 유도했고 이 과정에서 에이즈가 급속히 확산됐다.
중국 위생 당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에이즈 감염자로 확인된 사람은 모두 18만3733명. 하지만 중국 정부의 발표 수치는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의 주장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유엔 에이즈계획(UNAIDS)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중국의 감염자가 65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고,이 중 수혈 과정에서 감염된 사람은 5만5000명에 이른다. 중국 내 에이즈 전문가 장커씨는 허난성에만 수혈로 인한 에이즈 감염자가 1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중국 정부가 혈액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수혈에 따른 감염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감염자들은 적절한 보상 없이 발뺌만 하는 정부당국자들 때문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올해부터 정부의 보도 통제가 일부 완화되면서 중국 거주 외신기자들의 현지 취재가 허용되고 있지만 에이즈 활동가나 정부에 불만을 표시하는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협박과 도청 등이 자행되고 있다. 특히 에이즈가 급격히 확산됐던 1990년대 초반 당시 허난성 공산당서기였던 리창춘과 허난성장이었던 리커창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리창춘은 서열 8위 공산당 상무위원이 됐으며 현재 랴오닝성장인 리커창은 후진타오 국가 주석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