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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국동포 가족의 기구한 사연

[2006-03-12, 05:05:04] 상하이저널
경기도 화정에 있는 명지병원. 두 부자가 나란히 한 병실에 입원해 있다. 칠순은 넘은 듯 보이는 중국동포 장창기(51)씨와 여드름 자국이 채 가시지 않은 아들 장용 (20)군.

부자의 사연은 기구하다. 2002년 3월, 중국 길림성에 살던 장창기씨는 여동생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큰돈을 벌어 오겠다`며 한국행을 택한 남동생의 부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동생의 시신을 수습해야 한다고 대사관에 애원했지만, 3개월이 지나서야 비자가 나왔다. 그 동안 사체는 보관소 냉동실에서 냉동과 해동을 거듭했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동생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고, 몸이 시퍼렇게 상해 있었다.

장례를 치르고 나자 다른 문제가 닥쳤다. 동생이 다니던 회사에서 동생의 잘못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병원은 시신보관료를 청구했다. 총 800만원. 장씨와 여동생은 공사판과 식당에서 몇 달을 보냈다.

돈을 갚고 중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준비한 그해 10월, 장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만성신부전증. 병원에선 얼마 살지 못한다고 했다. 그 사이 여동생은 사정이 생겨 고향으로 돌아갔고 그는 홀로 한국에서 힘겨운 3년을 보냈다.

뒤늦게 남편 소식을 접한 아내는 임종이라도 지켜보겠다며 수속을 밟았다. 아내가 선택한 방법은 밀입국. 정상적으로 비자를 받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결국, 한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적발돼 중국으로 돌아갔다. 아내를 볼 수 있다는 희망마저 꺾였다.

장창기씨는 몇 푼이라도 벌어보겠다고 하루 노동판에 나갔다. 2, 3일을 드러누웠다. 한국에 머무를 수도 중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비자가 만료돼 불법 체류자의 신분이 됐다. 한국에 와서 더 힘든 삶을 살게 된 건 아닌지 싶어 가족에게 면구스러웠다.

"고향에 두고 한국에 들어올 때만 해도 아이였는데... 혼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아들과 함께 있으니 참 든든해요."

길이 없어 보이던 어느 날, 아들 용이한테 연락이 왔다. 용이는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겠다며 한국으로 들어왔다. 장씨는 3년 만에 만난 아들을 앞에 두고 잠시 말을 잃었다. 아들은 훌쩍 자라 있었다.

장창기씨의 사정을 전해들은 출입국관리소에서 불법체류 벌금 2천만 원을 탕감해주었다. 그는 비자 기간을 연장받아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명지병원의 도움으로 최소한의 수술비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부자가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신장 이식 후에도 면역억제제 등 약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중국이 약값이 더 비싸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아내가 한국에서 일 하면서 장창기씨를 돌보고 싶어 하지만 밀입국을 시도하다 걸려 좀처럼 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공부해서 기술도 배워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고 싶다는 아들 장용군.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를 모시고 일 하면서 한국에서 지내야 하지만 일 할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저 모든 게 잘 해결되길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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